부동산 톡톡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아파트 분양시장 활황세가 절정에 달했다. 이달에만 전국 126개 아파트 단지에서 11만4000여가구(일반분양분 9만50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월간 분양물량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양시장의 열기가 곧바로 급격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부동산업계에선 최근 분양시장 활황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치솟는 전세금에 지친 세입자들이 대거 분양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주택 가격이 정체되거나 떨어지더라도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주거 형태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2000년 16% 수준에 불과하던 월세 비중은 2020년에는 3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비해 2000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전세는 2020년에는 18%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10가구 중 2가구만 전세로 집을 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년간 계속된 기록적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전세 비중은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구 소득과 주거 형태의 연관성을 분석해보면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가와 전세 비율이 높아진다. 소득이 적을수록 월세와 보증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저소득층이라고 해서 월세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높은 전세금을 감당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권의 집주인은 현금 유동성이 좋은 월세를 선호하기에 집을 구하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택하거나 아니면 집을 사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의 주택시장은 월세 확대, 전세 감소, 그리고 주거 수준 양극화로 요약될 것이다. 오래된 주택이 늘어날수록 슬럼화하는 지역이 하나둘 나타난다. 이들 지역은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이 모여사는 공간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심 등은 월세와 자가 중심의 시장으로 양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은행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수요는 늘어날 수 있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매달 집 주인에게 ‘꼬박꼬박’ 돈을 줘야 하는 월세를 제외하곤 다른 대안이 없다면 집을 사는 수요는 증가할 것이란 얘기다.
일본도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 현상을 겪었지만 새 아파트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기존 주택 거래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도 이미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명목상 주택보급률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통계만 보면 주택이 남아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편리한 생활을 담보하는 양질의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앞으로도 새 아파트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김광석 < 리얼투데이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