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국회 부의장이 된 뒤 해외 첫 순방지로 선택한 곳은 칠레와 파라과이였다. 칠레는 한국과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의미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배경 또한 닮은 점이 많다. 군사정권에서 민주화하는 과정을 겪었고,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칙에 따른 경제성장 기조를 구축했다.
칠레는 파녜라 전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에 힘입어 2010년부터 현재까지 4~5% 수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고성장에 따른 불평등 문제가 심해지면서 2013년 성장보다 분배에 방점을 둔 바첼레트 정부가 들어섰다.
일정 수준까지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불평등 문제가 고개를 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불평등 문제는 사람뿐 아니라 기업에도 있다. 소위 ‘갑(甲)질을 하는’ 대기업과 ‘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한쪽은 ‘규제 대상’, 다른 한쪽은 ‘보호 대상’으로 양분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보호 대상인 중소중견기업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장하면 규제 대상인 대기업이 된다.
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 지원을 돕기 위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도 대기업 특혜 시비로 논란 중이다. 이 법은 일본이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법’이 모델이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이 법을 확대·개편해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중 어느 한쪽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국부(國富) 증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불평등을 ‘성장의 산물’로 봤다. 성장을 통한 전체적인 삶의 질 개선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하는 이유다.
가계와 기업, 정부는 한 국가의 시장경제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주체들이다. 가계와 정부는 소비의 주체다. 반면 기업은 생산의 주체다. 기업은 상품 생산과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정부는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가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자 국가 경쟁력이다.
정갑윤 < 국회 부의장 mrjung@assembly.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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