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상무역, 남북협력의 새 모델

입력 2015-11-06 18:40
지하자원·경공업 원자재 비현금성 거래
남북 경제 모두에 활력 불어넣을 묘수

최경수 < 북한자원연구소장 >


북한의 가장 큰 외화벌이는 지하자원 수출이다. 수출액에서 지하자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4%다. 최근엔 중국 경기침체로 지하자원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은 2013년 18억달러 이상의 지하자원을 중국으로 수출했는데 작년에는 15억달러 수준으로 위축됐다.

한국 경제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지금 같은 때에는 내수가 받쳐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경제 현실을 해결할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무엇이든 뚫고 나가야 한다.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지하자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해외 지하자원을 수입하고 있고, 북한은 외화 조달을 위해 지하자원을 중국에 저가 수출할 수밖에 없다.

북한산 지하자원과 국내산 경공업 원자재를 구상무역으로 거래하는 것은 어떨까. 한국이 많이 수입하는 석탄을 북한에서 들여오고 농기구나 비닐 등을 보내주는 식이다. 북한과의 무역거래에서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은 5·24 조치나 UN 제재에 위배되지만 구상무역은 비현금성 거래여서 이들 조치를 피해갈 수 있다.

구상무역도 문제는 있다. 한국산 원자재는 품질이 보장되지만, 북한산 지하자원은 품질 규격에 미달할 수 있다. 품질 문제는 북·중 무역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구상무역의 성공을 위해서는 북한산 지하자원이 품질 규격에 부합하는지 앞서 검사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북한 수출항에 품질검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품질검사센터는 석탄 수출이 많은 송림이나 남포항에 우선 설치하고 해주, 단천, 원산, 개성 등지로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품질검사센터는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이 검사장비를 제공하고 한국 기술진과 북한 수출업자가 공동으로 품질 검사를 하면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거래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구상무역은 당장 많은 투자비가 소요되는 사업이 아니다. 현금을 북한에 주지 않으면서도 부분적이나마 남북한 산업체 모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산업계에 도움을 주고, 남북경협 중단으로 어려워하는 대북 경협업자에게도 길을 열어줄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북한에서 지하자원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올 수 있고, 농기구 등 관련산업 제품을 추가 생산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북한은 지하자원 수출에서 남한이라는 큰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셈으로 중국과의 수출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농업 등에 필요한 원자재를 확보해 경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상무역은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된다. 유연한 자세로 국가 경제를 생각할 때다.

최경수 < 북한자원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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