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글로벌 SOC투자, 해외건설 도약기회

입력 2015-11-06 18:14
"자원부국 건설 위축, 해외수주 급감
중남미 등으로 수주지역 다변화
운영 포함하는 BOT방식 늘려야"

박희권 < 주스페인대사 >


한국의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건설업계의 해외수주도 주춤대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수출은 작년 동기 대비 6.6% 하락했고, 같은 기간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액도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줄어들었다. 건설 경기만을 살펴볼 때 저유가,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자원 부국으로부터의 발주가 줄어든 것이 주 원인이다. 건설업계 구조개편, 정부의 건설지원 정책, 금융지원방식 등 부문별 개혁을 통해 건설업을 경기회복을 견인할 핵심동력으로 도약시켜야 할 때다.

필자가 스페인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스페인이 해외건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분야 전문지 ENR의 2013년 세계 250대 해외건설기업 매출 분석에 따르면 스페인은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작년에는 중국의 부상으로 1위를 내줬지만 여전히 해외 건설시장의 강국이다. 지난 6년간 경제 위기에 처했던 스페인이 올해 유럽연합(EU) 내 ‘빅5’ 중 유일하게 3%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하는 데에는 관광산업 활성화 외에도 해외 건설시장에서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스페인이 해외건설 부문에서 누리는 강점이 우리 건설업계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첫째, 수주지역과 공종(工種) 다변화가 시급하다. 제한된 시장에서 우리 업체 간 과당경쟁, 저가수주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신성장 동력의 발굴 노력보다는 중동 내 플랜트 사업에 치중한 결과 저유가, 중동정세 불안과 플랜트 시장의 경기 하락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중동 이외에 눈여겨 볼 만한 지역으로 중남미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태평양동맹(PA) 4개국(멕시코·콜롬비아·페루·칠레)의 경제성장과 인프라 확충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스페인과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 스페인은 미국에 이어 중남미 투자 2위 국가이며, 2014년 기준 중남미 전체 건설 시장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진출분야도 다각화해,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수담수화, 조선소, 인텔리전트 빌딩, 스마트시티 등 유망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건설업계의 수주방식 전환도 필요하다. 턴키 또는 EPC(설계·구매·시공) 중심의 단순 도급방식에서 벗어나, 건설공정의 처음과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기획과 운영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시공자 금융방식의 투자개발형 사업과 민관협력사업(PPP)을 확대하고, 운영까지 포함된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의 수주를 늘려야 한다. 파이낸싱과 관련해서는 국내금융 외에도 다양한 국제기구,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주개발은행(IDB), 연말 공식 출범을 앞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대비한 가칭 ‘코리아 패키지’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해외 건설은 누적수주액 7000억달러, 연 15만명 고용 창출로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중추 산업이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 수요도 2030년까지 약 70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할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선진국들은 노후 인프라 재건이 필요하고, 신흥경제권은 빠른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인프라시장 개척을 위한 경제외교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건설업계에 켜진 적색 경고등이 하루빨리 청색등으로 바뀌길 바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앞의 단기 이익보다 해외건설의 또 다른 50년을 내다보는 혜안과 결단이다. 그 해법의 실마리를 시장다변화와 수주방식 전환으로 풀어나가길 바란다.

박희권 < 주스페인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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