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항행 자유 원칙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엊그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해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창완취안 중국 국방장관 등 당사국 장관이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이 같은 의견을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한 장관의 발언은 한국 외교의 ‘중국 경사론’이 나라 안팎에서 제기되는 와중에 나온 것으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한·미 정상회담 연기,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TPP 초기 참여 불발 등으로 한·미 간에는 미묘한 긴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중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길을 잃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이 국제규범이나 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남중국해에 대한 한국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남중국해는 한국 수출입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지나는 길목이다. 이곳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은 국제법이나 관행상으로도 영토로 보기 힘들며 당연히 자유 항행권이 보장돼 ?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종전의 원론적 입장에서 벗어나 항행 자유와 관련해 좀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18~19일 필리핀 APEC 정상회의,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3’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 등에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동맹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경제적 이해관계만 놓고 보더라도 더 이상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 눈치보기’는 곤란하다. 남중국해에 대한 이번 우리 정부의 선언이 국제규범에 기반한, 당당하고 균형 있는 외교정책을 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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