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이사회 '물갈이' 해야"
무디스, 폭스바겐 신용등급 하향
[ 나수지 기자 ]
배출가스량 조작 스캔들을 계기로 폭스바겐의 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이 폭스바겐의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주가가 10% 가까이 폭락하면서 이런 주장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디스는 이날 폭스바겐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 여파로 폭스바겐 주가는 9.5% 폭락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미 지난달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에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폐쇄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어 외부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폭스바겐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감독이사회에는 총 20명이 참여한다. 절반은 주주, 나머지는 노동조합 관계자로 구성된다.
주주이사의 절반은 창업주인 포르쉐, 피에히 집안에서 차지한다. 대주주인 카타르 국부펀드와 독일 니더작센 주정부도 두 자리씩 가져간다. 아니카 팔켄그렌 스톡홀름엔실다은행(SEB) 최고경영자(CEO)만이 회사와 지배주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이사인 셈이다. 찰스 엘슨 미국 델라웨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폭스바겐 감독이사회는) 안에서 내는 소리만 들리는 반향실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감독이사회에 노동조합을 참여시키는 독일 기업 특유의 공동결정 모델도 도마에 올랐다. 엘슨 교수는 NYT에 “노조의 목적은 일자리와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감독이사회의 목적은 경영을 감시하고 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지, 일자리가 우선순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폭스바겐이 자동차를 1000만대 생산하기 위해 60만명을 고용할 때, 도요타는 자동차 900만대를 생산하는 데 34만명만 고용했다”고 지적했다.
감독이사회 ‘물갈이’가 대안으로 나온다. 영국 행동주의 투자자인 헤르메스오너십서비스의 한스 허트는 FT에 “(감독이사회에)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 대표가 너덧 명, 정치인이 두 명이나 필요한 것이냐”며 “합당한 경력을 갖춘 인물이 이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조합 몫인 10명은 독일지역만 대표하고 있다”며 “해외 공장 노동자 대표도 참여하면 합리적인 투자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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