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히든챔피언
(3) 피트니스 장비 국내 1위 개선스포츠
석·박사 20여명 R&D…안전성·디자인 혁신 주도
중저가 피트니스 장비 '다크호스'로 주목받아
"베이징올림픽 후 급성장…중국시장 적극 공략"
[ 유정우 기자 ]
경기 파주시 상지석동의 개선스포츠 생산공장엔 기술연구소가 따로 있다. 석·박사급 20여명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러닝머신 사이를 오가며 장비를 진단하는 모습은 마치 경주차 정비사인 ‘미캐닉’ 같다. 피트니스 장비 업계에서 별도의 연구소를 갖춘 건 드문 사례다.
개선스포츠는 피트니스 장비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종합운동기구 회사다. 피트니스란 단어조차 낯설던 1980년 이 회사 장보영 대표(62·사진)가 누나와 형에게 빌린 500만원으로 200㎡(약 60평) 공장을 얻어 창업했다. 지금은 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해 매출 2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피트니스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때만 해도 ‘육체미’를 가꾼다고 하면 밥 먹고 쓸데없는 데 힘 눼鳴?욕먹던 시절이었어요. 시장 자체가 없는데 장비를 제조해보겠다고 공장을 차려놓고 철골을 뜯고 붙이고 했으니…. 주위 상인들이 철공소인 줄 알고 자전거를 납땜해달라고 가져올 정도였죠.”
장 대표의 회고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은 기회와 위기를 함께 가져다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 엄청난 피트니스 열풍이 불었다. 전국에서 러닝머신 주문이 쉴 새 없이 들어와 연간 매출 목표를 넉 달 만에 달성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행에 휩쓸려 판매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수입 제품 기술에 대응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3개월씩 직원 월급이 밀릴 정도로 경영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장 대표는 “외국계 피트니스센터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외국산 장비가 밀려들어왔지만 기술력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했다. 독보적 기술에 천착한 게 이때부터였다.
강한 이미지 일색의 운동기구에 소프트한 아이디어를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4년 국내 최초로 웨이트 장비의 의자와 손잡이에 가스소버(가스식 완충장치)를 장착해 안전성과 디자인 혁신을 주도했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최초로 러닝머신에 ‘동작감지 센서’와 ‘자동멈춤 발판’ 기술을 적용했다. 2010년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러닝머신 발판이 쌍방향으로 연동되는 500만원대 ‘프레볼라’를 출시, 1000만원대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 사이에서 ‘중저가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다.
최근 장 대표가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이다. 그는 “국내시장이 올림픽 개최 이후 급성장한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피 ?絿?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가격 경쟁력도 높아지는 만큼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엔 중국의 대형 피트니스 체인 본사가 스트레칭머신과 러닝머신 등 주요 제품 200여대(약 40억원어치)를 한꺼번에 주문해 제작에 들어갔다. 앞서 8월에는 중국인 에이전트를 통해 러닝머신 100대를 태국으로 수출했다. 낮은 고장률과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량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장 대표의 뚝심이 바이어 사이에 알려진 결과다.
개선스포츠가 해외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국내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 피트니스 장비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안팎. 이 가운데 수입품을 제외하면 1500억원 남짓이라고 장 대표는 추산한다. 이마저도 피트니스센터와 공공체육시설 등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올초부터 개발진, 디자이너 등과 함께 주 3회 머리를 맞대고 마라톤 회의를 하고 있는 장 대표의 포부가 당차다.
“재미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피트니스 시장을 개척해나갈 계획입니다. 기구적 특성을 살린 기술력에 정보기술(IT)과 콘텐츠, 디자인 등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양념을 더해 운동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든’ 첨단 장비로 3년 안에 회사를 중저가 피트니스 시장의 ‘글로벌 최강자’로 키우겠습니다.”
한국경제신문사·국민체육진흥공단 공동기획
파주=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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