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부품·태양광 3년 내 성과"…LG전자 '한국의 히타치'로 사업재편

입력 2015-11-04 18:11
지금 기업에선…

정체 탈출 '신무기' 찾아라
경쟁 치열한 범용제품 대신 중국 쉽게 못 따라올 분야 발굴
인프라 등 B2B 중심기업 변신

기존사업은 체질 개선
스마트폰 고전하고 있지만 IoT 핵심기기로 포기 못해
생활가전, 혁신제품으로 승부


[ 남윤선 기자 ] LG전자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9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6.8% 감소했다. 매출도 14조288억원으로 4.7% 줄었다. 스마트폰이 주축인 MC사업본부는 776억원의 적자를 냈다. 생활가전 사업을 제외하면 앞날도 밝지 않다. 그런데도 주가는 괜찮다. 3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5만원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스마트폰이 아닌 다른 성장동력이 크고 있어서다. 다름 아닌 자동차부품 태양광 등 기업 간 거래(B2B)다. LG그룹 관계자는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대폭 줄이고 인프라, 전력 등 B2B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환골탈태시킨 일본 히타치가 롤모델”이라며 “3년 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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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이면 신사업에서 성과 나온다

LG전자의 현재 상황은 우울하다.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2.1%에 그쳤다. 전년 동기(3.2%) 대비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매출이다. 지난 3년간 분기 매출이 13조~15조원 사이에 머물러 있다. 성장이 멈췄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 동향은 나쁘지 않다. 지난 8월 3만9300원까지 하락했지만 4일엔 5만600원으로 마감했다. 두 달여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시장에서 자동차부품, 태양광 등 B2B 신사업 성장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부품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모터 등 핵심 부품을 대거 공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5년간 수주 잔액이 10조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최근 내년 이후의 실적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TV를 맡고 있는 HE사업본부 등에서 수백명의 인력도 받았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조만간 해외 출장길에 올라 주요 거래처들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태양광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LG전자가 내세우는 ‘비장의 카드’다. 이미 세계 최고 효율(19.5%) 제품을 상용화했다. 효율이 20%를 넘는 제품도 개발을 끝냈다. 세계 1위 태양광업체인 독일 선파워와 기술적으로는 대등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생산량은 연 1GW 정도인데, 이미 2년치 생산 물량이 다 팔렸다고 한다.

대규모 발전뿐 아니라 태양광을 활용한 다양한 신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쓰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에 고효율 태양광 均括?붙여 형광등 빛으로 발전을 해 전력을 공급하는 식이다. 태양광 모듈 효율이 40% 이상이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실리콘 기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쓰는 태양광 패널 개발도 하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2020년까지 1200억원을 투자해 현재 사업 규모를 10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당초 LG에서는 자동차부품이나 태양광 등 신사업이 2020년은 돼야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친환경에너지와 전기차 시장 개화 속도가 빨라지자 이르면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가 B2B에 집중하는 이유는 중국과 경쟁하지 않으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발전 등에 쓰이는 B2B 부품은 가격보다는 신뢰성이 생명이다. 싼 걸 샀다가 오작동이라도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쉽게 베낄 수도 없다.

히타치가 가전, 하드디스크 등 기존 사업을 대거 정리하고 B2B로 체질을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 관계자는 “LG는 태생부터 ‘기술 기업’이고 최고경영진도 연구개발(R&D)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둔다”며 “히타치, 후지필름 등 체질 개선에 성공한 일본 기업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은 제대로 키운다

기존 주력 사업의 전망은 엇갈린다. 현재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스마트폰은 앞으로도 한동안 고전할 것으로 내부에서도 전망하고 있다. 제품 자체가 ‘표준화’가 됐기 때문에 후발주자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금은 최고급 스마트폰이나 중국산 중가 제품이나 외관상으론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스마트폰은 IoT 시대 각종 기기들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계획이다.

가전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전시장은 스마트폰과 달리 표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나 LG전자의 2대 동시 세탁 가능 세탁기 ‘트윈워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엇비슷한 제품을 제작하는 업체는 소멸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업체는 더 커지는 양극화가 생긴다. TV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에서 월 판매가 4500대에 이르는 등 반응이 나쁘지 않지만, 아직 큰 수익은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LCD TV에서 OLED TV로 전환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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