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 "아베 '최종 해결' 보장 원해…위안부 협상 험로 예고"

입력 2015-11-03 18:33
일본에서 본 한·일 정상회담

아베 "한국 골대 움직인다"
"한국, 정권 바뀔 때마다 문제제기 않도록 해야"

일본 "인도적 차원 돕겠다"…피해자에 1억엔 지원 검토


[ 서정환 기자 ] 지난 2일 3년 반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조기 타결’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자·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해결책을 강조한 것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에 오자마자 “일본 사람들은 (한국 측) 골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 측에서 이번 협상이 ‘최종 결론’이라는 것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에 결단 촉구하는 한·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3일 한·일 관계 정상화의 최대 현안인 위안부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聆揚?반면, 한국은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 협정의 해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2012년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했던 협상안 수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안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한국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문제인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최종 결론이라는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일 밤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골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겨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은 최종 해결에 대한 보증을 한국 측에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위안부 문제를 놓고선 한국과 일본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공’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학 연구부문장)는 “일본 정부가 얼마만큼 해야 한국 정부도 자신있게 자국 내 여론의 ‘승낙’을 받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국내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데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합의에 쉽게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만남 자체는 긍정적” 평가

일단 양국 정상이 3년 반 만에 만난 데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미야 교수는 “시작이 반이라고 할 순 없지만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 간 100분간의 만남이 서로 간 불신의 벽을 일정 부분 허물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총리가 박 대통령과 회담하고 조금 좋은 인상을 가진 것 같다”며 “제대로 정확하게 상황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는 총리 측근의 말을 전했다. 일단 물꼬가 터진 만큼 이후 국제회의 등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면서 이견을 좁혀나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내에선 내년 1월이나 2월에 타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도 있다”고 보도했다.

○日 정부, 인도적 지원 방안 마련

한·일 정상 간 합의에 대한 후속으로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안 등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여성기금 후속 사업의 예산 규모를 1억엔(약 9억4000만원)대로 늘리고 지원 내용을 확대하는 구상이 대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사에 안(案)

2012년 일본 민주당 집권 당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사무차관이 방한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측에 제시한 안이다.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와 주한 일본대사의 피해자 면담 및 사과, 일본 정부의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이 주요 내용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사사에 안에 대해 수용 거부 의사를 통보했고, 2012년 말 일본 자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 안도 자동 폐기됐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