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관계 과거사·경제 분리 '두 갈래 전략'
아베 "한국의 TPP 참여 관심있게 보고 있다"
제3국 공동진출 등 지원 고위급협의회 합의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두 정상은 60분간의 단독 정상회담 뒤 양국 경제·산업 관련 각료와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38분간의 별도 확대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문제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에 협력하기로 했고 ‘고위급협의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는 과거사 문제와 경제·안보 이슈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대일(對日) ‘두 갈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의 과거사 왜곡 및 도발에서 비롯된 한·일 관계의 경색이 한·미·일 3각 협력체제와 교역·투자 등 경제분야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LNG시장 협력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한국과 일본은 LNG 수입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 1, 2위 LNG 수입국이다. 안 수석은 “1, 2위 수입국인 한·일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 판매자 위주의 경직된 계약관행을 개선해 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한국이 수입하는 LNG 가격은 미국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2~3배 수준이다.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가격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LNG 수급위기 공동 대응, 동북아 LNG 허브 구축, 인프라 공동활용 등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종의 ‘에너지 동맹’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과거 천연가스 생산국은 중동 러시아가 중심이었으나 최근 미국 호주 동아프리카 등이 새로운 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 정상은 양국 기업들이 제3국에 공동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청년인재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의 한일재단과 일본의 일한재단은 한·일 청년인재 교류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인턴실습 프로그램 등에 협력하기로 한 바 있다.
○TPP 협력 교감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통상협력 관계를 TPP에서도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TPP가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의 TPP 참여 검토 동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청와대 喚窩渼?말했다. 안 수석은 “한·일 두 정상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뿐만 아니라 TPP에 대해서도 협력해 나가기로 논의했다”고 했다.
미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TPP는 지난달 협상이 타결됐다. 한국은 TPP 가입에 소극적이었다가 뒤늦게 참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추가로 참여하려면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 등 별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TPP와 관련한 한국의 관심에 환영한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도 TPP 추가 가입에 대한 ‘교감’을 나눈 만큼 한국은 시기와 득실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공식 참여를 선언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11월 TPP 참여에 관심을 표명한 한국은 현재 당사국과 예비 양자협의를 벌이고 있다.
○한·일 고위급협의회 신설
양국은 제3국 공동 진출, 한·중·일 FTA 등의 협력을 깊이 있게 협의하고 추진하기 위한 고위급협의회를 운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이 협의기구를 신설할 예정이다.
양국은 이외에도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일 및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