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뜨는 드론, 가벼운 외골격 로봇…첨단기술 날개 단 러시아

입력 2015-11-01 18:31
'러 실리콘밸리' 혁신단지 통해 우주·의료·IT 등 기업투자 확대


[ 박근태 기자 ]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전차의 캐터필러, 넓은 벌판과 도심의 레일을 조용히 달리는 전기 기차, 1980~1990년대 방송을 주도한 비디오테이프리코더, 친환경 태양광 전지판, 하늘을 나는 헬리콥터’.

세계 각국에서 활용하는 이들 기술은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러시아에서 개발됐거나 러시아인이 만든 발명품이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으로 잠시 주춤했던 러시아의 기술 개발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무인항공기(드론)와 광학레이저, 부품소재, 의료기기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첨단 기술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코퍼익스프레스는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DJI와 미국 3D로보틱스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6월 피자회사인 도도피자와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피자 배달 서비스를 선보였다. 코퍼익스프레스는 드론을 이용한 배달 서비스에서 단점으로 지목된 짧은 체공 시간을 해결했다. 경쟁사 무인항공기의 체공시간이 20분~1시간에 머무는 데 비해 수소연료배터리를 활용해 2~4시간을 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전기분해하는 과정과 정반대의 원리로 전기를 생산한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기를 생성한다.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체를 드는 몸에 입는 로봇인 ‘외골격(外骨格)’ 로봇도 상용화했다. 러시아 엑소애틀릿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헐크’와 일본 파나소닉의 ‘파워로더’와 같은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 다리를 다친 사람이 외골격 로봇을 착용하면 일반인처럼 산에 오르거나 적은 힘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 첨단 경량 소재를 사용해 20㎏ 정도로 경쟁사 제품보다 가볍고 8~9시간까지 활동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러시아 정보기술(IT) 및 소프트웨어 기업 가운데 기초과학 연구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 소프트웨어회사인 애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문서 번역 서비스를 개발했다. 문서 핵심 내용 가운데 번역 과정에서 빠진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 복구한다. 삼성전자와 델, 도시바 등 세계 150개 기업이 쓰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초부터 연구개발(R&D) 분야 혁신을 강조한 ‘신 산업기술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모스크바 서쪽 20㎞ 지점에 스콜코보 혁신단지를 짓고 우주·의료·에너지·IT·원자력 분야에서 1000개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과학기술 잠재력의 극대화와 상용화, 과학기술 기반 경제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건택 한국기술벤처재단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보안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무인항공기, 부품소재, 광학, 의료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외 진출 기업이 드물다”며 “국내 기업과의 기술 교류, 현지 진출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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