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 “물을 마실 때는 그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안희정 충남지사가 ‘4대강 물을 쓰게 해달라’고 하자 이 말이 회자했다. 충남지역은 42년만의 가뭄으로 보령댐마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여덟 글자가 안 지사와 연관된 이유는 안 지사가 대표적인 4대강 개발 반대자였기 때문이다. 4대강 개발을 맨 앞에서 반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4대강에 모아둔 물을 나눠쓰자고 한다. 그를 향한 비판이 없을 수 없다. 물을 쓰기 전에 4대강을 개발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감사 전화라도 해야 도리가 아니냐는 훈계가 바로 ‘음수사원 굴정지인’이다.
4대강 사업은 환경운동단체와 야당, 이익단체들이 극렬하게 반대했던 국책사업이었다. 환경을 손톱만큼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환경근본주의자에게 4대강 사업이 비극으로 비쳐졌을 것은 뻔하다. 사실 4대강은 갈수기엔 물이 없어 마르고, 홍수기엔 물이 넘쳐 매년 막대한 피해를 낳는 후진국형 강이었다. 특히 영산강과 낙동강 하류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손을 봐야 하는 상태였다. 비참한 현실을 잘 알고 있던 현지 주민과 일부 도지사는 반대자들과 달리 두 손을 들고 환영했다.
4대강 사업이 끝나자 그 많던 반대가 잦아들었다. 매년 되풀이되던 홍수가 없어지고 갈수기에도 물이 풍성해졌다. 저수량이 1억㎥인 충남 보령댐을 열 차례나 채우고 남을 11억6600만㎥의 물이 지금 4대강에 저장돼 있다. 안 지사는 ‘베짱이’ 신세가 돼버렸다. 남들이 열심히 공사할 때 놀았다가 가뭄이 들자 물을 동냥하는 처지다. 충남 행정을 책임지는 지사로서 그는 다급해졌다. ‘4대강 물이 필요하다’고 직접 고백했으니 그로서도 용기를 낸 셈이다.
4대강 물과 안 지사의 고백은 개발과 환경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자연을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일까? 환경을 위해 인간의 개발행위는 사라져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1992년 리우 유엔환경개발회의는 미래 세대의 이익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위 ‘지속가능개발 기준'을 채택했다. 우리 주위에는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이 적지 않다. 도룡뇽이 사라진다면서 거의 완공단계에 있는 터널 공사를 막는 종교인이 있었다. 지금도 4대강에 건설된 보(洑)를 폭파해야 한다는 환경론자들이 있다. 이미 경제적 가치가 입증이 된 개발사업을 막무가내로 반대하는 환경근본주의자들이다.
환경을 보호해야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 가치있는 개발이 저지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자원 활용이 막혀서는 안된다. 저수지에 고인 물은 자원이지만 흘러간 물은 자원이 아니다. 4, 5면에서 환경과 개발, 자원에 대해 알아보자.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