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을 더 늘리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공포했다. 대체휴일을 정한 것으로 설, 추석 연휴와 어린이날이 다른 공휴일과 겹치는 경우 그날 다음의 첫 번째 평일을 공휴일로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정부가 스스로 이런 기준을 어긴 게 발단이 됐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메르스로 위축된 내수를 살리자며 토요일이던 지난 8월15일 광복절을 대신해 금요일을 임시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임시휴일을 만든 것인데 대다수 사람이 이를 대체휴일로 이해하면서 혼선이 생겼고 차제에 아예 대체휴일을 더 확대하자는 주장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설, 추석 연휴, 어린이날 이외의 다른 기념일이 공휴일과 겹칠 경우에도 대체휴일로 하자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체휴일 확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알아본다.
○ 찬성 “쉬는 날 부족해 공휴일이라도 보장받자는 취지다”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은 대체공휴일 확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휴식은 악이고, 근면만 선이라는 생각은 노동자와 삶의 질을 파괴한다”며 “휴식과 일은 균형을 이뤄야 할 양쪽 날개고 좌우의 바퀴인 만큼 휴식을 게으름으로 여기는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체휴일은 그나마도 없는 휴일, 기존 공휴일이라도 제대로 보장받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박 대변인은 대체휴일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은 마치 “더 놀자”라거나 휴일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는 점인데 장시간 노동 세계 2위 한국에서 좀 더 쉬면 뭐가 문제냐는 견해도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예 미국과 일본처럼 일부 공휴일을 주말과 겹치지 않도록 ‘몇 월 몇째 주 월요일’과 같이 지정하는 요일지정휴일제를 실시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요일지정휴일제는 날짜지정제보다 훨씬 선진국적인 방식”이라며 “8·15 광복절이나 3·1절과 같이 날짜가 중요한 날이 아니라면, 어린이날 현충일 한글날처럼 상대적으로 날짜와 무관한 공휴일은 내수 진작 효과 등을 고려해 요일지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런 내용으로 지난 5월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한국인의 과중한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정상화시키면 연간 약 62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대체휴일로 연간 16조원의 내수진작 효과와 더불어 8만개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 반대 “이미 연간 휴일·휴가일수가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
경영계에서는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한국의 공휴일 수와 연간 휴일·휴가일 수는 선진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법정 연차휴가를 포함한 우리나라 연간 휴일·휴가일 수는 135~145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131.8~133.5일)보다 많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계휴가, 각종 기념일 등 법정 연차휴가와는 별개로 기업 현장에서 제공하는 휴일·휴가제가 많아 실제 선진국 대비 휴일·휴가일 수는 더욱 높은 수준이다. 올해 하계휴가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업(421개사)의 71.3%가 연차휴가와 별도로 평균 4.6일의 하계휴가를 부여했다”고 부연했다.
경총은 한마디로 한국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는 휴일제도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차휴가(연간 15~25일) 사용률은 40.7%에 불과하며 사용하지 않는 11일은 현금으로 보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공휴일 전면 확대는 실익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체공휴일제를 전면 시행하는 것은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조건만 향상시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추석에 처음 적용한 대체공휴일제로 9월10일 휴무한 기업은 70.5%로 이 가운데 대기업이 89.2%, 중소기업이 62.8%로 중소기업의 휴무비율이 대기업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대체공휴일을 전면 시행하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결과적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생각하기 “법정 휴일수보다 실제 며칠을 쉬고 있는가부터 따 測?게 중요”
최근 소셜네트워크사이트(SNS)에서는 ‘2044년까지 꼭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이야기가 화제다. 2044년 10월은 개천절, 추석, 한글날, 주말이 이어지고 여기에 대체 휴일과 하루 연차를 포함하면 10월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연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봉급생활자들에게 어쩌다 한 번씩 오는 연휴는 그야말로 꿀맛 같은 휴식의 시간이다.
문제는 제도적으로 쉴 수 있는 휴일 및 휴가 일수와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연간 며칠이나 쉬고 있느냐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대체휴일 논란이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직장에서 바쁜 일손 때문에 법정 휴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대체휴일만 늘릴 경우 이미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이들만 더 많이 쉬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어진 휴가만이라도 실제 모두 소진할 수 있는 대책이나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는 것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모든 기업의 사정을 모두 감안한 대책은 불가능하지만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본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