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엘러간 인수 추진…3000억달러 규모 세계 최대 제약사 탄생 '눈앞'

입력 2015-10-30 18:33
본사이전 통한 세금회피 목적도


[ 임근호 기자 ]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보톡스 제조업체인 엘러간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이 지난 28일 보도했다. 시가총액 2180억달러(약 250조원)인 화이자가 1130억달러(약 130조원)인 엘러간을 인수하면 시총 3000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한다.

두 회사는 보도 후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당수 애널리스트가 화이자가 엘러간 가치를 주당 최소 400달러로 평가해야 엘러간 측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며 “주당 300달러 초반에서 거래되는 현재 가격과는 격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화이자가 충분히 높은 가격을 부르지 않으면 엘러간 인수 시도가 무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렌튼 사운더스 엘러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까지 “엘러간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화이자는 엘러간 인수로 특허존속 기간이 많이 남은 신약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가장 큰 인수 동기는 법인세 절감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엘러간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4.8%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 본사가 있?화이자의 실효세율은 25.5%다. 화이자가 엘러간을 사들여 본사를 더블린으로 옮기면 거액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를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에선 조세회피 논란, 영국에선 자국 기업의 해외 매각에 대한 반발 등에 막혀 실패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재무부가 조세회피를 위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화이자가 더 늦기 전 해외 제약사를 인수하려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언 리드 화이자 CEO도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세금 부담이 적은 해외 업체와 경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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