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품 떠나 롯데로
삼성 화학계열 임직원 "까맣게 몰랐다" 허탈
[ 남윤선/정지은 기자 ]
롯데그룹에 매각되는 삼성정밀화학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이 담겨있는 회사다.
1960년대 한국에는 비료 공장이 없었다. 비료는 전량 수입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식량 자급화가 시급해지자 정부가 이 창업주에게 비료 공장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1964년 생겨난 회사가 한국비료공업이다. 이 창업주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는 “한국비료를 울산에 완성시키는 데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는 회고가 나온다.
한국비료가 설립된 지 2년 만에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1966년 사카린을 건설자재로 꾸며 밀수하다 부산세관에 적발된 이른바 ‘한비사건’이다. 이 일로 이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구속됐다. 삼성은 한국비료 지분 51%를 국가에 헌납하고 사업을 포기했다.
다시 사업을 찾는 데는 27년이 걸렸다. 1994년 한국비료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위해 공개입찰을 했고, 삼성은 대림산업과 금강 瀏?등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이때 사명을 삼성정밀화학으로 바꿨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화학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회사로 불리기도 했다. 2006년, 2007년, 2011년, 2012년에 잇따라 신공장을 지었다. 지난해엔 유럽법인을 세우며 해외시장 확장을 노렸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가 되면서 화학사업 정리 원칙에 따라 롯데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삼성정밀화학을 비롯해 롯데에 매각되는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직원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직원들은 물론 경영진도 매각 발표 직전까지 매각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화학계열사 고위 임원은 “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니 경영자가 미리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룹의 누구도 이 사업을 팔아도 되는지 물어보거나 상의하진 않았다”며 섭섭함을 나타냈다. 매각 회사들은 이날 아침 직원들에게 매각에 관해 설명하고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남윤선/정지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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