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2박3일 정상 외교전' 돌입…동북아 주도권 놓고 치열한 수싸움 예고

입력 2015-10-30 18:00
위안부·자위대 한반도 진출…남중국해 문제 '3대 쟁점'
'3국 협력 정상복원 시동거나'…박근혜 정부 외교 시험대
한·일, 오찬·성명 없이 회담만


[ 장진모 기자 ] 31일부터 3일간 동북아시아 외교전쟁 막이 오른다. 무대는 청와대다. 박근혜 대통령은 31일 오후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1일 한·일·중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2일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중·일 정상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동북아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역사인식 문제로 한·일 관계는 경색돼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둘러싼 중·일 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고, 남중국해 문제로 인한 미·중 간 대립이 다시 불거졌다. 서울에서 열리는 외교전에서 우리 정부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동북아 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내면서 3국 협력을 정상적으로 복원할 수 있을지가 정상외교 성공의 관건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한·일, 위안부에 발목 잡히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한·일·중 3국 정상의 서울 연쇄회담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일본 안보법제 통과 이후 자위대의 활동영역과 유사시 한반도 진출, 남중국해 문제가 3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의 전제조건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은 30일 일본 마이니치 및 아사히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양국 사이 중요한 현안인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전이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조속히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이런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너무 부정적으로 예단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에서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할 말은 할 것이고 따질 것은 따질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나오는데 이는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다”며 “이런 추측성 기사는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과 있는 회담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 외교안보에 묻힐 수도

3국 정상은 2박3일간 서울 연쇄회담에서 한·일·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또 우리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국 간 경제협력 이슈가 외교안보 문제에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 자위대의 유사시 한반도 진출 문제도 이번 정상외교의 복병으로 도사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위대가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에 들어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최근 자위대의 북한 진입 시 한국의 동의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자위대의 활동영역 문제는 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지역 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된 남중국해 문제는 3국 정상회의장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우리 정부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