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합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육성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 바이엘은 소재과학 사업의 분리상장을 발표하면서, 농업과학(작물보호제 및 종자)과 제약 중심의 전문 생명과학기업이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쓰비시화학도 기존 제약과는 별도로 헬스케어 소재 및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의 육성 의지를 구체화하고 있다. 듀폰은 지난 10여년간 생명과학사업 육성 결과, 현재 농업솔루션과 뉴트리션(식품영양) 사업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선진 화학기업들은 육성하고 있는 생명과학 사업 범위도 확장하고 있다. 전통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약과 작물보호제종자에서부터 바이오 소재, 의료기기, 헬스케어 소재부품 및 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하는 추세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생명과학사업 육성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장기적인 시장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식량 부족과 고령화,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생명과학 사업은 이러한 문제 해결과 직결된 영역으로서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는 기술 혁신 측면이다. 전통 화학 및 소재 영역에서 큰 기술혁신 없이 범용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융 欄茱珦?생명과학은 새로운 혁신이 지속되고 미해결 과제도 많다. 이로 인해 후발기업과의 기술 격차가 유지되고, 특허와 브랜드 신뢰도로 진입장벽이 공고한 영역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 세 번째는 기술적, 사업적 시너지가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작물보호제나 합성 의약 및 소재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종자, 바이오의약, 바이오소재 등 생명과학 사업은 화학과 바이오 기술이 중요한 기반 기술이고, 화학기업들의 기존 고객에게 비슷한 용도로 제품을 제공하면서 상호 대체 또는 보완의 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화학기업들이 생명과학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경우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시너지가 크다.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생명과학사업 운영 현황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그중 하나는 바이엘과 듀폰처럼 생명과학사업 중심 기업으로 변신해가는 유형이다. 이들은 전통 종합화학기업에서 장기간의 준비와 노력으로 사업구조를 전환, 제약과 농업생명과학 등 생명과학 메이저기업이 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많은 자본을 투자하고 기업의 역량을 집중한 결과, 차별적 경쟁력과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치열한 기술혁신 경쟁으로 사업 리스크도 높은 편이다. 다른 하나는 바스프와 다우케미컬, 미쓰비시화학, 스미토모화학처럼 생명과학사업을 성장동력 중 하나로 육성하는 다각화 유형이다. 이들의 생명과학사업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선택한 사업 영역에서 메이저 기업과 경쟁력 격차가 존재한다.
한편 생명과학산업처럼 매력도가 높고 주변 기업들의 관심이 클수록 성공의 난이도는 높아진다. 후발기업이 생명과학사업으로의 진입을 고민할 경우 다음 몇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만 한다. 첫째, 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사업에서나 중요한 과제지만, 사업의 사이클이 길고 진입장벽이 높은 생명과학사업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둘째, 경제성 있는 규모의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투입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경영방식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장기간 투자비가 많이 필요한 생명과학사업을 일반 제조업처럼 제품을 개발하고, 공장을 지어서 생산하고 파는 과정을 모두 직접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경쟁사와의 제휴, 전문 벤처기업과의 협력, 외부 자본유치를 통한 자본력 강화 등 리스크를 덜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넷째, 글로벌 사업 운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생명과학사업은 글로벌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지 못하면 투자 경제성이 나오기 어렵고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서 장기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화학기업이 산업의 성장성 저하와 차별화 영역 축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화학기업들은 당연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해 왔고 그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생명과학사업은 그중 한 분야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들에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 1등 기업이라도 30년 후 살아남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적어도 오늘날의 모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임지수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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