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경영으로 '값싼 차' 이미지 벗고 성공신화 썼다
1986년 엑셀 첫 수출…내구성 문제로 위기 겪어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 등 품질경영으로 난관 극복
쏘나타 250만대로 최다 판매…내년 공장증설로 제2도약 준비
[ 정인설 기자 ]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판매한 자동차 수가 1000만대를 넘어섰다. 1986년 소형 세단인 엑셀을 처음 미국에 수출한 지 29년 만의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에서 단기간 내 급성장한 현대차를 두고 “속도 위반 딱지를 뗄 정도”(미국 포천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께 미국 2공장을 지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초반 위기 품질경영으로 돌파
현대차는 미국 진출 4년 만인 1990년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섰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7~8년 만에 세운 기록을 갑절로 빠른 속도로 달성했다.
일등공신은 엑셀이었다. 미국에 처음 수출한 1986년 1월 당시 소형차엔 들어가지 않던 고급 오디오와 디지털 전자시계가 장착됐다. 중형차급 사양이 들어갔지만 판매 가격이 6000달러 수준으로 경쟁 차종보다 500달러 이상 쌌다. 첫해에 16만 ?이상 팔렸고 이듬해부터는 연간 26만대씩 판매됐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1990년대 들어 엑셀 품질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TV토크쇼에서 ‘싸구려 차’로 놀림받기까지 했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으면서 1998년엔 엑셀 판매량이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던 그해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 회장은 “품질은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인 동시에 우리의 자존심이자 기업의 존재 이유”라며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품질총괄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 관련 회의를 열었다. 매번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며 원하는 품질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품질경영을 표방한 정 회장이 1999년 처음 내놓은 카드는 ‘10년간 10만마일 무상보증제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지만 당시 경쟁사들은 “미친 짓”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달랐다. 당시 3년에서 5년간 무상 보증이 고작이었는데 10년간 보장한다고 하니 현대차를 믿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현대차 판매량이 늘어 1999년에 16만대를 회복했고 이듬해 25만대 가까이 팔렸다. 2002년엔 37만대가 판매되더니 2003년엔 처음 연간 판매량이 40만대를 돌파했다.
그해 미국 JD파워가 실시한 신차품질 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눌렀다. 이를 두고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표현했다.
제2의 도약 준비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을 완공한 2005년 이후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6년 JD파워 조사에선 사상 처음 1위에 오르고 2009년엔 일반 브랜드 부문 역대 최고 점수인 95점을 받았다. 미국에서 연평균 6% 이상씩 판매량을 늘리며 2007년에 누적 판매량이 5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1년간 72만대를 팔며 누적 판매량 9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29년간 미국에 엑셀과 엑센트, 쏘나타, 제네시스 등 총 15개 차종을 선보였다. 판매량 1위는 쏘나타로 이달까지 250만대가량이 팔렸다. 엘란트라(아반떼)가 248만대로 2위에 올랐고 엑센트(225만대), 싼타페(124만대), 투싼(46만대) 순이다.
현대차는 올해에도 품질 최우선을 강조하며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신형 쏘나타와 신형 투싼을 앞세워 작년 판매량 기록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작년 동기 대비 3.7% 많은 58만대를 팔았다. 내년 상반기엔 미국 2공장을 착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공장 부지로는 앨라배마 1공장 인근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을 누르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자동차가 1994년 이후 미국에서 600만대 가까이 팔아 현대차와 기아차의 우수한 품질이 미국에서 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원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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