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자치 20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입력 2015-10-29 18:11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지방자치
자치권 보장, 자주재정 확충 등
스스로 책임지고 꾸려가게 도와야

김관용 < 경상북도지사 >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최초로 시행된 것은 1952년의 일이지만 1961년 정치적 이유로 중단됐다가 1987년 민주화 헌법 제정과 함께 부활돼 1991년 지방의회 구성, 1995년 단체장 선출로 본격 시행됐다.

지방자치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주민투표, 주민소환, 주민소송 등 주민 직접 참여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고, 지역의 권익을 대변하는 지방정부의 역량도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형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위로부터의 선택이었다. 그렇다 보니 방향은 옳았지만 내용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성년이 된 지금도 내용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권한과 재정이다. 현재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비율은 7 대 3 정도다. 그마저도 지방 이양 사무는 단순사무 위주다.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해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8 대 2 정도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해가 갈수록 악화돼 1995년 63.5%이던 게 지난해는 50.3%로 곤두박질쳤다.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자치단체가 전체의 절반이 넘는 126곳에 이른다. 대다수 지자체가 국비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처럼 권한이 없고 재정이 취약한 구조이다 보니 주민 생활에 당장 필요한 사업들마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중앙 집중이 수도권 집중으로 연결돼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추풍령 이남의 비수도권 지역은 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자본이 유출되는 등 자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토 면적의 12%인 수도권 지역에 인구가 50%, 금융이 67%, 대기업 본사가 88% 집중돼 있다. 수도권이 곧 대한민국이 아니며, 수도권 혼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는 없다. 비수도권이 강력한 성장엔진이 돼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을 때만이 대한민국은 내일의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지방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은 평가받을 만한 일이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자식을 키워 분가해주면 처음에는 부족하더라도 자기 힘으로 책임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방자치도 마찬가지다.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면서 자생력을 키울 때까지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와서 지방자치의 열차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분권·재정·균형이라는 3대 아젠다를 함께 풀어야 한다. 실질적인 자치권이 보장돼야 하고, 자주재정이 확충돼야 하며, 중앙·지방 간 소통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방의 특성을 살린 발전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현 정부의 임기도 반환점을 돌았다. 창조경제, 문화융성 등 핵심 국정 기조들이 결실을 맺어가고,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민생의 현장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기본에 충실하면 스스로 힘이 강해진다는 무본자강(務本自强)의 교훈처럼 지방을 지켜야 나라가 부강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김관용 < 경상북도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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