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해외 투자거점 확보 '특명'

입력 2015-10-29 07:02
해외로 뻗는 벤처캐피털

중기청 산하 한국벤처투자
싱가포르 사무소 개소식…미국·중국 이어 세번째 해외 사무소

현지 파트너와 업무협약…공동펀드 조성 잇따라

해외투자자들 뭉칫돈 들고 국내 벤처투자 시장 '노크'


[ 이현진 / 오동혁 기자 ]
중소기업청 산하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3일 싱가포르에서 현지 사무소 개소식을 열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국영 벤처캐피털인 인포콤인베스트먼트, 인도네시아 최대 벤처캐피털인 노스스타 등 주요 투자기관에서 12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싱가포르 사무소는 미국 실리콘밸리(2013년 8월), 중국 상하이(2014년 6월)에 이은 세 번째 해외 투자 사무소다.

국내 벤처캐피털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정부 기관 및 우량 벤처캐피털들은 앞다퉈 해외에 투자거점을 확보하고, 현지 파트너와 업무협약을 맺거나 공동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 벤처기업들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한 해외 벤처캐피털들은 뭉칫돈을 들고 국내 벤처투자 시장으로 들어오는 추세다.

중국 넘어 미국·동남아 시장으로

한국벤처투자는 싱가포르 사무소?열고 현지 벤처캐피털인 애드벌캐피털을 계열사로 둔 애드벌그룹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나라 벤처캐피털 간 투자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벤처투자뿐 아니라 민간 벤처투자회사 역시 잇따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계열이자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한국투자파트너스는 내년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낼 계획이다. KTB네트워크는 2000년 벤처거품 붕괴 이후 주춤해진 미국 투자를 내년 재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베트남에 현지 거점을 확보해 동남아시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를 포함한 다수의 국내 벤처캐피털이 이미 10년 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쌓자 미국, 동남아 등 지역으로 점차 시야를 넓혀 나가는 추세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1~2년 새 미국, 동남아, 인도 등의 시장에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털들이 많이 늘었다”며 “중국 등 해외파트너와 현지에 투자하는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유치펀드, 연내 1조원 돌파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벤처투자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이 우수해 투자매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한몫하고 있다.

정책자금인 모태펀드와 해외 벤처캐피털이 함께 자금을 모아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외자유치펀드’는 올해 누적 결성금액이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2013년 결성된 이후 2년 만에 거둔 성과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외자유치펀드는 9개(결성 중 포함)로 총 7755억원 규모다. 2013년 미국 블루런벤처스와 1925억원의 외자유치펀드를 조성한 데 이어 지난해 알토스벤처스(660억원), 올해 2월 스톰벤처스(1951억원), 5월 500스타트업스(138억원) 등과도 펀드를 만들었다. 현재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한·중 벤처펀드(2000억원)와 미국 벤처캐피털과의 벤처펀드(1000억원)를 합치면 연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자유치펀드에서 1차 투자를 받고 외국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후속투자를 받은 사례도 있다. 모바일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업체인 썬텔은 블루런벤처스에 이어 싱가포르 벤처캐피털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인터넷 구인구직 서비스 제공업체인 잡플래닛도 미국 퀄컴으로부터 50억원의 후속투자를 받았다.

외자유치펀드에 출자하는 국가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돼 있는 외자유치 대상국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해외로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진/오동혁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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