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Focus
내달 총회서 결의안 채택
찬성 국가 110개국 넘었지만 중국·러·파키스탄 등 소극적 태도
북한 인력 파견된 중동·동남아국, 살인적 노동착취에 눈 감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권고
법정에 세우긴 쉽지 않지만 김정은 지도력에 큰 타격
북한, 해명 시도 등 분주…안보리 의결 여부가 변수
[ 전예진 기자 ]
UN총회가 11월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올해로 10년째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에 유감을 표명하고 북한 당국에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년째 압박에도 속수무책
그러나 정작 북한 인권 실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북한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처형하고 공포 정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무부는 6월 발표한 ‘2014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 인권을 ‘세계 최악(worst in the world)’으로 평가했다. 결의안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결의안을 지지하는 국가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UN총회에서 처음 결의안 표결이 이뤄졌던 2005년 전체 172개국 중 찬성 84개국, 반대나 기권은 84개국으로 동률이었다. 당시 기권 의사를 밝힌 국가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었다. 북한과 관계가 틀어질 우려 때문이었다. 2007년에도 기권했던 한국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2008년에서야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에 찬성하는 국가는 2010년 100개국을 넘어섰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침해 실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4년에는 116개국까지 늘었다. 인도적 문제에 관심을 보여온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북한 인권 규탄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일본도 가세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극적인 나라도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북한과 군사교류를 맺은 쿠바, 파키스탄 등도 북한 편이다.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된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인력을 해외 건설현장, 탄광, 벌목사업소 등으로 강제 송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 국가는 북한 정권과 고용계약을 맺고 근로자들의 노동착취를 묵인하고 있다.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연간 1~2일만 쉬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 속에서 임금의 80%가량을 국가에 바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아킬레스건은 김정은
국제사회는 김정은을 겨냥하고 있다. 아무리 인권 문제 개선을 외쳐도 결국 북한 정권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ICC 회부다. 전문가들은 ICC 관할국이 아닌 북한 지도부를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겠지만, 김정은 집권 체제의 지도력에는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해명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EU 인권특별대표를 북한으로 초청했지만 거절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관건은 앞으로 UN안전보장이사회의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얼마나 깊이 논의되느냐다. 안보리는 작년 12월 처음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문제는 2017년까지 3년간 언제든 제기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됐다. 문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과 관련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안보리가 당장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김정은과 지도부에 지속적인 경고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보리 의결은 회원국 전체에 구속력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어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의 공분과 압박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가 진전을 보인 것은 분명하다”며 “국내에서도 북한 동포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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