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시간 일하는 야쿠르트아줌마…'경단녀'가 반했다

입력 2015-10-29 07:00
취업 Focus

평균 노동시간 6.8 시간…구직자 희망 시간과 비슷

탄력적 근무형태도 장점…채용설명회에 3000명 몰려

한국야쿠르트, 탑승형 카트 개발…업무효율·매출 동시에 높여


[ 강진규 기자 ]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야쿠르트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백영란 씨(52). 매일 오전 백씨는 커다란 냉장고가 달려 있는 전동카트를 타고 출근한다. 리어카 형태의 카트를 업그레이드한 한국야쿠르트의 탑승형 전동카트다. 백씨는 “탑승형 전동카트를 사용하면서 근무시간은 한 시간 넘게 줄었고 수입은 15% 이상 늘었다”며 “오랜 시간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12월 개발한 탑승형 전동카트는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카트를 개조해 두 발로 올라탄 상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최대 시속은 8㎞/h로 빠른 걸음(4㎞/h)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탑승형 전동카트 도입 이후 야쿠르트아줌마의 활동시간은 평균 20% 단축됐다”며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카트는 3000대가 제작됐다. 2017년까지 1만대를 보급한다는 게 한국야쿠르트의 계획이다.

야쿠르트아줌마들도 탑승형 전동카트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지난달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아줌마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8%가 ‘매우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85.9%는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용을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탑승형 전동카트 사용의 장점으로는 ‘제품관리가 용이하다’, ‘외부 이미지가 향상됐다’, ‘제품 정리시간이 단축됐다’ 등이 꼽혔다.

한국야쿠르트가 탑승형 전동카트를 기획한 것은 2012년부터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아줌마를 편하게 하자’는 취지로 사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TF팀에서는 중년의 야쿠르트아줌마들이 오랜시간 걸어다니는 것이 가장 불편할 것이라고 판단해 탑승형 카트를 제작하기로 했다.

한국야쿠르트의 아이디어는 다양한 중소기업이 현실화했다. 전기카트 개발업체 대창모터스와 배터리업체 티에스, 냉장전문회사 오텍캐리어, 카이스전자 등과 협업했다.

배터리로 탑승형 전동카트의 이동과 냉장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동카트의 이동과 관련한 기능성에 집중하면 냉장보관 시간이 줄어들고 냉장기기 무게가 증가하면 전동카트의 배터리가 빨리 소진돼 장기간 운행이 힘들어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년간의 회의와 다섯 차례에 걸친 현장 테스트 끝에 현재의 카트가 완성됐다. 이동식 냉장고는 요구르트 3300개가 들어가는 크기로 제작했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것을 사용해 기능성을 높였다.

배터리 제작업체 셀】봉?김수훈 대표는 “한국야쿠르트의 아이디어가 중소기업의 기술을 만나 현실화됐다”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협업을 통해 전기자동차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야쿠르트아줌마의 진화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유니폼’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야쿠르트아줌마의 유니폼을 새로 만들었다. 44년간 야쿠르트아줌마를 상징하던 색인 노란색 대신 핑크와 베이지를 배색했다. 외부활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 더위와 추위에 강한 기능성 소재를 활용하기도 했다. 아웃도어 스포츠 의류의 기능성을 모두 담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은 진화의 결과 야쿠르트아줌마는 최근 재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여성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구직 사이트 ‘야쿠르트 레이디’는 페이지뷰 15만건을 돌파했고, 올해 1~3월 연 채용설명회에는 3000여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경단녀들이 야쿠르트아줌마가 되기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근무시간 때문”이라고 말했다. 야쿠르트아줌마들의 평균 노동 시간 6.8시간과 구직자들의 희망 근무 시간 6.4시간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제품 배달을 마무리하면 남는 시간을 활용해 취미생활과 봉사활동 등을 하는 야쿠르트아줌마들이 많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국야쿠르트 경인지점에서 일하는 이윤숙 씨(55)는 “배달을 마친 후 국악학원에서 민요를 배워 입문 2년 만에 평안도 향두계 놀이 예능 전수자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야쿠르트아줌마의 평균 월급은 약 170만원 수준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비정규직 평균 월급 145만원보다 25만원 많다. 최동일 한국야쿠르트 이사는 “야쿠르트아줌마는 평범한 주부를 위해 최적화된 여성 일자리”라며 “회사에서도 ‘세일즈우먼’을 키우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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