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특별 인터뷰]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CEO "지난 7년 미국 제로금리, 앞으로 7년 더 가지말란 법 없다"

입력 2015-10-28 19:36
한국경제신문 창간 51주년

新채권왕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 겸 CEO

미국 경제 회복세 미약
연내 금리인상 못하겠지만 굿 뉴스도 아니다

수출의존적인 한국…중국 편중 해소 시급

투자 원칙은 균형…모기지채권 유망


[ 이심기 기자 ] “지난 7년간 제로금리였습니다. 앞으로 7년간 더 가지 못할 이유가 있나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허약한 경제는 금리 인상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해서도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월가에서 최고 투자대가로 꼽히며 ‘新채권왕’이라 불리는 군드라흐는 한국에 대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 점이 최대 리스크”라며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고, 산업 구조도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더블라인캐피털 본사에서 그를 만나 글로벌 투자환경과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Fed가 자기모순에 빠졌다고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연내 금리 인상을 얘기하면서 물가와 고용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와 고용지표는 금리 인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Fed 내부의 분열과 혼란도 문제입니다. 지난달에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지 하루 만에 네 명의 FOMC 위원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미국 경제는 완만하지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깝긴 하지만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7%로, Fed가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했던 2012년 3분기보다 낮습니다. 실질 성장률이 높은 것은 물가상승률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 아닙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까.

“제조업 지표는 악화되고 있고, Fed가 물가지표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한창 ‘돈풀기’가 진행되던 2011년보다 낮습니다. 만약 당신이 외계에서 왔다면 ‘도대체 Fed가 양적 완화를 안 하고 뭐 하고 있지’라고 말할 것입니다.”

▶Fed가 연내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요.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이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금리를 올리더라도 0.25%포인트에 그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劇??있습니다.

“시장에 영향이 없다면 올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제로금리였습니다. 1년이나 2년, 아니 7년을 더 가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요?”

▶중국 경기 둔화가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올해 7%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생각보다 더 악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중국은 과거 20년간 ‘글로벌 성장엔진’이었습니다만 더 이상 이전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국이 코를 훌쩍거리면 다른 신흥국들은 감기에 걸릴 지경입니다. 중국은 세계 철광석의 73%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과 철, 알루미늄 등 광물도 최대 소비국입니다. 지금 철광석 가격은 2년 전 t당 140달러에서 60달러 밑으로 추락했습니다.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신흥국은 더 큰 충격을 받겠지요.”

▶유럽과 일본 경제는 어떻게 봅니까.

“지난달 미국의 금리 동결이 유럽과 일본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면 미 달러화가 더 강세로 갔을 것이고 유럽과 일본은 혜택을 봤을 겁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부양책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도전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이군요.

“세계 경제의 성장이 정체되면 각국은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평균 5%라면 어떤 국가는 7%, 좀 안 좋은 국가는 3% 성장했다는 뜻이지만, 평균 성장률이 1%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부 국가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런 국가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입니다.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확대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고 하겠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까.

“그렇습니다. 미 달러화에 연동된 페그제를 적용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오랜 기간 절상돼 왔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무역가중치에 근거한 위안화 가치는 2011년 이후 10% 이상 올랐습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도 합니다.

“수출주도형 경제는 글로벌 성장 둔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적으로 한국의 8월 수출은 15%나 줄었습니다. 2009년 8월 이후 최대 감소폭입니다.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이 취약해진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한국은 어떤 정책을 펴야 합니까.

“한국은 지나치게 수출의존적입니다. 외국인 투자자에겐 한국 경제가 중국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한계이자 리스크입니다.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글로벌 금융환경에서 어떤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미국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을 가장 유망하게 보고 있습니다. 痔庫活?매력적이고, 부동산시장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금융시장 변동과도 연계성이 적습니다.”

▶신흥시장은 어떻게 봅니까.

“보수적으로 봅니다. 만약 신흥시장 자산에 관심이 있다면 달러화 표시 채권이 유일한 투자 대상이 될 것입니다.”

▶더블라인캐피털은 채권운용회사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균형입니다. 안전하면서도 성과가 괜찮은 미 국채와 위험성은 크지만 그만큼 수익률도 높은 하이일드채권을 포트폴리오에 같이 넣는 거죠. 이런 식의 균형은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와 상관없이 일정한 수익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십시오.

“리스크를 분석하고, 가격 하락 위험과 시장 붕괴 신호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침체기에 공포를 이기고 낮은 가격에 자산을 살 수 있습니다.”

■ 군드라흐 CEO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를 예견한 스타급 펀드매니저 출신.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TCW그룹의 토털리턴펀드를 10년간 운용하며 수익률을 상위 2% 내에 유지시켰다. 2009년 더블라인캐피털을 설립해 1년 만에 운용자산을 70억달러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더블라인의 운용자산은 810억달러다.

△1959년 미국 뉴욕주 앰허스트 출생 △미국 다트머스대 졸업(수학·철학 전공) △TCW그룹 채권부문 대표 겸 CIO △2009년 더블라인캐피털 설립

로스앤젤레스=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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