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마침내 내달 2일 서울에서 만난다. 2012년 5월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회담 이후 3년 반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환영할 만한 일임은 물론이다.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축소되는 등 경제협력 관계가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에서의 정상회담이어서 더욱 그렇다.
양국 경제적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변화다.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일본의 비중은 2012년 27.9%에서 2014년 13.1%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교역도 마찬가지다. 전체 무역 중 일본 수출입 비중은 1970년 37%나 됐지만 2015년 상반기엔 7.6%(수출 4.96%, 수입 10.72%)에 불과했다. 일본인 80%가 비즈니스에서 한국이 필요 없다고 답한 설문 조사도 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제품의 경쟁만 치열해지는 구도다.
가치사슬에서 한·일 간 수직 분업구조나 동북아 분업구조는 이미 와해된 상황이다. 오히려 한·중 관계나 일·중 관계, 나아가 TPP 국가들 간 분업 구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는 양국 간 정치와 사회 문화 등 모든 요소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였을 때는 정치 역시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수평 관계로 이행되면서 갈등이 나타났다는 주장(기무라 간 일본 고베대 교수)도 가능하다. 기무라 교수는 앞으로의 한·일 관계는 깊은 협력보다는 갈등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일본은 결코 협력을 포기할 수 없는 국가다. 한·일 간 연결고리의 약화는 한국의 과도한 중국 경사일 수도 있다. 더구나 전자부품 핵심기술 등에서 한국은 아직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시장경제나 인권 민주주의 법치 등에서 한국과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는 드문 관계다. 극일(克日)이나 혐한(嫌韓) 등의 배타적이고 폐쇄적 용어가 난무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이다. 새로운 공동의 비전을 모색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과거사에 포획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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