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복지사 외국서 '수입'하는 일본

입력 2015-10-28 19:16
특파원 리포트

요코하마=서정환 ceoseo@hankyung.com


[ 서정환 기자 ] 일본 요코하마시 가리바초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요쓰바엔’. 치매를 앓거나 거동이 불편한 104명의 노인이 지내고 있는 곳이다. 이곳엔 일본의 여느 요양시설과 좀 다른 점이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 간호복지사들이 눈에 띈다. 우스이 요시히코 요쓰바엔 이사장은 “전체 40여명 직원 중 20%인 8명이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외국인에게 폐쇄적인 일본이지만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다. 요쓰바엔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간호복 지사 연수생제도를 통해 일본에 왔다. 이 제도는 2008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2009년 필리핀, 2014년 베트남으로 확대됐다. 입국 후 3년간 실무연수와 일본어 준비 기간을 거쳐 4년째에 간호복지사 시험에 합격하면 기간 제한 없이 취업할 수 있다. 현재 2000명 이상이 간호복지사 연수생 제도를 통해 일본에 들어와 일하고 있다.

아직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영입은 초기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체류 외국인 수는 217만명으로, 전체 인구(1억2700만명)의 1.7%에 불과하다.

하지?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만히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간호 인력부족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올 1~9월 간호 관련업체 부도 건수는 57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54건)를 웃돌았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대부분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단카이세대(1947~1949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되는 2025년에는 간호복지사가 30만명가량 부족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의 이민정책은 고급 기술자나 연구원, 교수 영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단순한 ‘노동력 확충’ 차원에선 외국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현장의 고충이 커지자 이런 원칙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외국인 기능실습제도’에 간호 업종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일본에선 이 제도를 통해 건설, 농업, 식품제조, 어업 등 68개 직종에서 약 15만5000명이 일하고 있다.

요코하마=서정환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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