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대동공업 부회장 언론 첫 인터뷰
아버지 김상수 회장의 집념
30년 전 "미국 시장 뚫겠다"…트랙터 매출 2억달러 결실
신흥시장 접수 나선 아들
미얀마에 1억弗 수출 계약…2018년 매출 1조원 목표
[ 이지수 / 안재광 기자 ]
1984년 대동공업은 미국 트랙터 시장에 진출했다. 설계도면도 없었다. 무작정 기술제휴처인 일본 구보타의 도면대로 제작해 팔았다. 제동이 걸렸다. 이듬해 구보타가 제휴를 끊어버린 것이다. 미국에서 장사하지 말란 얘기였다. 대동공업은 물러서지 않았다. 도면을 그리고, 설계를 바꿔 제품을 내놓으며 버텼다. 대동공업은 작년 미국에서만 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을 뚫겠다’는 김상수 회장의 집념이 결실을 본 것이다.
○“산업화의 경험을 팔다”
해외 시장 개척의 바통은 아들인 김준식 부회장이 이어받았다. 최근 그는 미얀마 등 해외 신흥시장을 통째로 접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0년 전 무모했던 미국 시장 도전은 대동공업의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처음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그는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농기계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것은 숙명과 같다”고 했다. 국내 시장은 쇠퇴기에 접어들고, 외국 회사들은 저가로 밀고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동공업은 몇 년 전부터 미얀마 시장에 공을 들였다. 농업국가인 미얀마 농기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일본 업체들과 부딪쳤다. 김 부회장은 “과거처럼 대동공업이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본이 갖고 있지 않은 노하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 경험이었다. 새마을운동을 배우고 싶어하는 미얀마에 대동공업은 농기계만 팔지 않았다. 농업 현대화 경험을 함께 전수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의 농업기계화 촉진법 초안 마련에 참여하고, 농업기계화연구소 설립을 조언해주는 등 농업 정책을 함께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지난해 1억달러 규모의 농기계 수출계약으로 이어졌다. 현재 대동공업은 미얀마 농기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 정부와 합작으로 농기계 생산공장도 설립하기로 했다.
대동공업은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농업 현대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미얀마 진출 모델을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수출은 현지화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며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는 노하우를 함께 나누면 판매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연관사업 다각화로 미래개척”
경영방침에 대해 묻자 김 부회장은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김상수 회장은 농기계 한 우물만 팠지만, 그는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대동공업은 최근 다목적차량(UTV)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다목적차량은 골프장 카트, 야구장에서 선수를 태우고 나오는 차량 등을 말한다. 김 부회장은 “작년 골프장 카트시장에 진출했으며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현재 프로야구 NC다이노스 마산구장에서 쓰는 캐릭터 차량도 대동공업 제품이다.
그는 “농기계를 만들며 구축해 놓은 탄탄한 협력업체 네트워크와 연구개발 역량이 있어 사업다각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전기 가솔린 디젤 등 다양한 연료를 농기계에 적용한 기술도 갖고 있다.
제품에 대한 그의 철학은 “최적화된 설계”다.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과도한 스펙 등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얀마 시장도 이런 개념을 살린 ‘적정제품’으로 개척했다.
○“국내 시장에서 역차별받는다”
순항하고 있는 수출과 달리 국내 시장은 녹록지 않다. 김 부회장은 “시장 규모가 줄어든 것뿐 아니라 일본 업체들의 저가공세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라고 했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구매하면 농기계가 국산이냐 외국산이냐와 관계없이 저금리 정책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동공업의 국내 매출은 2010년 2845억원에서 지난해 2293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대동공업은 2018년 현재의 두 배인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지수/안재광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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