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사망한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
"대통령·총리도 그의 꼭두각시"
배후에서 폴란드 정치 쥐락펴락
[ 이상은 기자 ]
‘폴란드의 왕.’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폴란드 총선거 결과를 보도하면서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우익 ‘법과 정의당’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66·사진)를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대통령도 총리도 아니지만 그가 폴란드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배후의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카친스키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법과 정의당의 승리를 이끌어 정치 신인인 안드레이 두다를 대통령에 임명시켰고, 이달 25일 총선에서 승리해 ‘광부의 딸’ 베아타 시들로를 예비 총리 자리에 올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친스키를 ‘(두다 등을 조종하는) 인형술사’에 비유했다.
카친스키가 처음부터 배후에서 정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를 설명하려면 쌍둥이 동생인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13세 때 같이 영화에 출연했고 이후 함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으며, 정치에도 나란히 입문했다. 2001년엔 함께 법과 정의당을 창당했다. 레흐가 2005년 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도 2006년 7월부터 1년여간 총리를 지냈다.
2010년 4월 레흐가 대통령 재임 중 비행기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자 그는 동생을 대신하겠다며 대선 주자로 나섰다. 하지만 야당의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후보에 패했다. 이후 그는 “내가 나서선 승리할 수 없다”며 뒤로 물러났다.
정치 신인들은 그에게 충성을 맹세 한 뒤 높은 자리에 올랐다. FT는 9월 두다 대통령이 밤늦게 행사를 마친 뒤 카친스키의 자택을 방문해 현안을 논의한 일화를 소개하며 사실상 카친스키가 폴란드의 주요 정책을 좌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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