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업계 생존 몸부림
판촉용 진열대 축소 폐지
드론 배달 서비스 준비도
[ 임근호 기자 ]
성장 정체로 위기에 빠진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가 ‘군살 빼기’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복되거나 잘 팔리지 않는 상품은 과감히 진열대에서 치워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진열대 사이 간격을 넓혀 보다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하고, 배달을 위해 무인항공기(드론) 운항 승인을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요청하는 등 새로운 실험도 시작했다.
1962년 아칸소주에서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한 월마트를 세계 최대 유통업체로 키운 것은 ‘세상의 모든 물건을 최대한 싸게 판다’는 전략이었다. 2000~2009년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리 스콧은 경쟁사 마트에서 구입한 물건을 회의 시간에 펼쳐보이곤 했다. 월마트에선 팔지 않는 상품들이었다.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월마트는 계속 새로운 상품을 추가했고, 현재 대형 매장인 ‘월마트 슈퍼센터’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약 12만개에 이른다.
2012년 8%를 넘겼던 연매출 증가율이 최근 1% 아래로 떨어지면서 월마트의 전략은 바뀌 ?있다. 작년 7월 월마트 미국법인 CEO로 임명된 그레그 포란은 “매장에 똑같은 브랜드의 랜치드레싱(마요네즈와 버터밀크를 섞어 만든 샐러드드레싱) 제품이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용량으로 진열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런 진열 방식 때문에 그동안 월마트는 지나치게 많은 재고를 쌓아두고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슈퍼센터의 취급 품목 수는 1년 전보다 2500여개가 줄었다.
월마트는 행사 상품을 진열해놓던 판촉용 진열대도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여유 공간을 늘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이다. 계산대 근처 선반은 높이를 낮춰 쇼핑객들이 한눈에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월마트를 찾은 샌디 리바스는 “지금은 매장이 붐빌 때도 여유롭게 카트를 끌고 쇼핑할 수 있지만 예전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와야 했다”고 WSJ에 말했다.
반면 납품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진열 공간이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계산대 근처에서 주로 팔던 껌과 캔디, 잡지의 매출 감소는 4600여개 미국 월마트 매장에 걸쳐 연간 수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WSJ는 “한정된 진열 공간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월마트는 더 높은 수수료를 납품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