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산골에 퍼진 '새벽종이 울렸네~'

입력 2015-10-27 18:04
아프리카 르완다 새마을운동 시범마을을 가다

경북도 새마을재단·국제협력단, 2011년부터 시범지역 운영
아무것도 없던 오지마을, 벼·파인애플 키우고 돼지 사육
"한국처럼 잘살 수 있다" 메시지에 주민들 자발적 참여
에티오피아·세네갈 등 아프리카 전역서 새마을운동


[ 이해성 기자 ]

“안너하세요(안녕하세요)~.”

큰 눈을 가진 검은 피부의 어린아이 수십명이 일어나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앙증맞게 외쳤다. 모두 노란색과 녹색 옷을 입고 있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상징하는 복장이다. 르완다 한 산간 오지 마을 유치원에 들어서자 펼쳐진 풍경이다. 한때 내전으로 수개월 만에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비극의 땅’ 르완다에 새마을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르완다 남부 카모니지역 무심바 마을이 선봉이다. 경북 새마을세계화재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2011년 8월부터 새마을운동 시범지역으로 정해 지원하고 있는 곳이다. 내년이 마지막 지원 사업연도다.

내전의 아픔 지우는 새마을운동

지난 4년간의 사업 성과는 상당하다. 새마을운동이 시작되고 나서 인구 1340명의 이 마을에 농사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다. 그동안 개간한 벼와 파인애플 경지 면적은 각각 33만㎡와 10만㎡에 이른다. 1만㎡당 쌀 4t을 생산하고 있다. 연신 “감사하다”며 다가온 주민들이 파인애플을 건넸다. 이배정 새마을세계화재단 새마을사업팀장은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수확물이 생기자 자급자족을 넘어 유통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며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20만㎡를 추가로 개간하겠다고 나섰다”고 말했다.

새마을사업팀과 주민은 곳곳에 집하장을 짓고 있다. 한국 KS마크 격인 ‘RSB(르완다 스탠더드 보드)’ 인증을 받아 내다 팔기 위해서다. 사업팀은 얼마 안 되는 예산으로 마을회관, 유치원 등도 지었다. 농사지을 땅이 없는 주민은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60마리였던 사육두수가 최근 220마리로 늘었다. 벼 파인애플 돼지 등 각 사업 조합에는 수십~수백가구가 속해 있다. 각 조합은 조합장이 이끌고 수의사, 통역사 등 현지 전문가도 있다.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뽑는다.

1994년 인류사에 유례가 없는 단기간 대학살을 경험한 르완다는 국가 재건의 수단으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택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이 앞장서 이를 도입했다. 정부가 나서면서 동참하는 지역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박용민 주(駐)르완다 한국대사는 “외출조차 삼가던 주민들이 새마을운동 이후 많이 밝아졌다”며 “가시지 않던 내전의 악弼?우울함을 (새마을운동을 통해)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는 IT·새마을 혁명 중

경상남·북도와 비슷한 국가 면적(2만6338㎢)에 1200만여명이 살고 있는 르완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69달러(작년 기준)에 불과하다. 자원빈국이라 인적 자원 외에는 마땅히 기댈 곳도 없는 나라다. 한국은 이런 르완다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OICA는 연간 해외사업비의 5%인 2000만달러를 르완다에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 중남부지역 중 가장 많은 원조금액이다.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는 르완다는 정보통신기술(ICT) 육성을 국가목표로 정하고 해외기업 유치에 한창이다. KT는 이 나라에 LTE(4세대 이동통신) 상용망을 구축 중이다. 지난 19~21일에는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아프리카 각국 정상회담이 ‘아프리카의 변혁-디지털혁명의 가속화’라는 주제로 열렸다.

아프리카 다른 나라에서도 새마을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경상북도는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세네갈에서도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인 봉사단을 파견하는 형식이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지 교민 한 명을 새마을협력관으로 지정해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도영심 UNWTO(UN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 이사장은 “주민들이 ‘한국처럼 잘살 수 있다’는 메시지에 자발적으로 움직인다”며 “새마을운동은 세계화된 훌륭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카모니(르완다)=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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