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실적, 수입선 다변화·고도화 생산설비에 명암 갈렸다

입력 2015-10-26 19:30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 3분기 '깜짝 실적'…에쓰오일은 '흐림'

SK, 중동외원유수입 늘려…급격한 유가변동에 대처
고도화율 높은 현대오일뱅크…3분기 영업익 1005억 기록
에쓰오일, 정기보수 마무리 단계…4분기엔 실적 호전 기대


[ 송종현 기자 ] 정유업계의 3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반면 에쓰오일은 증권업계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의 20%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3분기 중동 이외 지역의 원유값이 더 떨어지면서 중동 지역 의존도가 높은 에쓰오일은 저조했던 반면 중동 의존도를 낮춘 SK이노베이션 등은 양호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깜짝 실적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에 영업이익 1005억원을 올렸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작년 동기(391억원)보다 157.03%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는 13분기 연속 영업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현대오일뱅크의 올 들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4.6%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각각 3.7%)보다 높았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644% 늘어난 36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증권업계 컨센서스(2000억원)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석유사업의 영업이익이 1068억원으로 흑자전환한 것이 깜짝실적을 낸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쓰오일은 기대에 못 미쳤다. 3분기에 12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에 비해 흑자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추정치(500억~600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정유사업부문이 17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한 가운데 석유화학부문과 윤활기유사업부문이 각각 880억원과 9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가까스로 흑자를 냈다. GS칼텍스는 다음달 중순께 실적을 발표한다.

명암 갈린 원인은

기업 간 희비가 엇갈린 원인으로 두 가지가 꼽힌다. 첫 번째는 수입처 다변화 여부다. SK이노베이션은 중동·아시아·호주 이외 지역(아프리카·미주 등)의 수입 비중을 지난 2분기 12%(927만배럴)에서 3분기 16%(1404만배럴)로 늘렸다. 중동산 두바이유보다 더 많이 값이 떨어진 이들 지역에서 나오는 원유 수입량을 늘리면서 생산원가를 낮춘 게 주효했다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지난 8월 배럴당 38달러까지 떨어진 반면 두바이유의 하반기 최저점은 9월의 45달러 수준이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가 최대주주여서 원유를 100% 중동에서 들여온다. 특정 시기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기 힘든 구조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시장의 움직임이 달라지면 에쓰오일이 더 좋은 실적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고도화 생산설비 가동 여부다. 일반 정제설비는 원유를 투입해 경유나 휘발유, 나프타 등 고寬“∞?석유제품을 절반, 벙커C유 등 가격이 싼 중질유 제품을 절반 생산한다. 여기서 생산된 중질유를 다시 투입해 한 번 더 정제한 뒤 휘발유와 경유 등을 만들어내는 게 고도화설비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율(일반설비의 정제능력 대비 고도화설비의 정제능력)이 39.1%로, 다른 기업보다 5~15%포인트 높은 게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에쓰오일은 울산공장 정기보수로 3분기에 상당 기간 고도화설비를 가동하지 못했다.

4분기는 ‘대체로 맑음’

기업 간 희비가 갈렸던 3분기와 달리 4분기 실적은 정유 4개사 모두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와 시장의 예상이다. 배럴당 6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월평균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지금은 8달러에 근접했다. 계절적으로 겨울철 성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정제마진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3분기 부진한 실적을 낸 에쓰오일은 정기보수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들어 대부분 석유제품의 스프레드(제품가격과 원재료 비용 간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4분기에는 정유업계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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