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3년6개월 만에 열린다

입력 2015-10-26 18:18
박 대통령, 내달 2일 개최 제안

31일 한·중 정상회담
내달 1일 한·중·일 정상회의

일정 발표 놓고 막판 기싸움
한·일 회담 등 일정 조율 못해


[ 장진모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1월2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일본 정부에 제의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26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도 한·일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이 성사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또 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오는 31일부터 11월2일까지 방한해 박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31일에는 박 대통령과 리 총리 간 한·중 정상회담, 다음달 1일에는 박 대통령, 리 총리, 아베 총리의 한·중·일 정상회의, 2일에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릴 전망이다.

○‘위안부 문제’ 일본 태도가 관건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2012년 5월 이후 약 3년6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3월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의 국장(國葬) 참석 때와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지만 회담을 한 적은 없다. 박 대통령은 일본 측이 과거사 왜곡 및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서지 않으면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없다며 강경한 뜻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일관계 경색은 박근혜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올 상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일 간 ‘신동맹’이 형성됐다. ‘중국 경사론’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 정부의 ‘친중국 행보’는 동북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공조 틀’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낳았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며 “위안부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행동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첫 정상회담인 만큼 아베 총리도 한국의 이런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일 회담, 제의 사실만 밝힌 이유는

청와대가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했지만 한·중·일은 회담 일정 발표를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일정을 한꺼번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이날 먼저 리 총리의 방한 및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기로 하면서 변동이 생겼다. 중국 측은 일본 측 사정을 고려해 양자 일정인 리 총리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공개 못할 이유는 없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고, 이에 따라 한국 측도 이날 오후 31일로 확정된 한·중 정상회담 일정을 중국과 동시에 발표했다. 다만 한·중은 한·중·일 정상회의의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정상회담을 다음달 2일 개최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정상회담은 일정이 확정된 뒤 발표하는 관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된 만큼 한·일 정상회담도 위안부 문제 등을 놓고 양국 간 조율이 끝나지 않았지만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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