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중국의 '여우사냥'

입력 2015-10-25 18:05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은 뉴욕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이 묵는 호텔로 유명하다. UN 총회가 열리는 시기에는 정상 간 활발한 외교 무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전 같지 않았다. 지난달 열린 UN 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롯데의 뉴욕팰리스호텔을 이용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인근 다른 호텔을 이용했다. 올해 2월 중국의 안방보험이 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의 도청과 감시를 염려한 미국과 일본이 숙소를 다른 호텔로 바꾼 것이다.

이미 중국의 사이버 테러사건으로 미·중 간 한 차례 스파이 전쟁을 치른 터다. 미국도 스노든 사건 이후 중국에 경고할 처지도 아니다. 양국 간 정보 전쟁이 치열한 와중에 최근 새로운 이슈가 양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주말판에서 지난 9월24일 비공개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껄끄러웠던 만찬 회동을 소개했다. 시 주석이 부패와 독직 사건으로 미국으로 도망간 관료들의 신병을 넘기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해외로 피신한 부패 관련 중국 관료들이 2만명 이상이며 이 중 수천명이 미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해외로 도망친 관료와 기업인을 체포하는 작업을 ‘여우사냥’이라고 부른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국제적으로 지명 수배한 100여명의 이름과 몽타주를 공개하고 있다.

중국이 사냥하려고 하는 진짜 ‘여우’는 링완청(令完成)이라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후진타오의 복심으로 불리는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동생이다. 링완청은 미국에서 형 링지화의 비밀스런 임무를 주로 해왔고 중국 정부의 은밀한 대외 활동과 공산당 간부의 비리 정보를 가장 많이 아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그가 메모리카드에 보관하고 있는 관련 파일만도 2000개가 넘는다. 이 파일 중에는 중국 공산당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고급 정보도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링이 이 정보들을 이미 미국 측에 넘겼다고 전하고 있다. 혹여 기밀 정보가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중국과 시진핑으로선 예측불허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중 간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남중국해 침범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답변을 회피해 오바마가 화를 많이 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모두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을 이슈만 남긴 미·중 정상회담이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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