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페셜리스트 - 경찰청 인터폴계 정병호 경감
필리핀 경찰과 공조수사 진행
"교민·여행객 안전 주의하세요"
[ 윤희은 기자 ]
이달 초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주택가에서 이모씨(54) 부부가 총격을 받고 숨진 채 발견됐다. 필리핀에서는 올 들어 9명, 지난해에도 10명의 한국인이 피살됐다.
이처럼 필리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바빠지는 사람이 있다. 경찰청 인터폴계의 정병호 경감(43·사진)이다. 그는 2009년부터 현지 교민이나 여행객을 상대로 한 강력사건이 터질 때마다 필리핀 경찰과 공조수사를 하며 ‘필리핀통’이 됐다. 필리핀 경찰 내에는 한국인 경찰 두 명이 파견을 나가 한인 사건만 전담하는 ‘코리안데스크’가 설치돼 있다. 정 경감은 이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전반적인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교민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필리핀 경찰 측에서 ‘용의자가 한국인일지도 모르니 너희끼리 해결하라’며 뒷짐 지는 경우도 있었다”며 “코리안데스크 설치 초반에는 협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차 일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마닐라에서 유학생 피살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코리안데스크 소속 한국 경찰관이 직접 수사에 참여해 성공적인 공조수사를 이끌어냈다.
한국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인을 검거하는 것도 코리안데스크의 일이다. 지난 5월에는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인사건’을 벌이고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최세용의 국내 송환이 있었고, 7월에는 봉천동식구파 두목 등을 검거했다. 정 경감은 이 때문에 올 들어서만 네 번에 걸쳐 필리핀에 나가 사흘간 잠복수사를 하기도 했다.
오는 12월부터는 필리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도 시작한다. 660만달러(약 74억원)를 들여 필리핀 경찰에 차량과 오토바이, 수사용 컴퓨터 등을 제공하고 한국 수사 전문가를 파견해 교육한다.
코리안데스크를 통한 성과가 하나둘 나타나고 있지만 현지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 경감의 설명이다. 그는 “필리핀은 한 해 우리 교민 6~10명이 피살당할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국가”라며 “교민과 여행객 스스로 안전에 신경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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