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문화권력은 존재하는가…'좌편향'의 함정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이육사가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한 시 ‘광야’이다. 일제의 모진 수탈과 고난을 겪는 조국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자기 희생을 통해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광야와 같은 이러한 시를 현실 참여 문학이라고 한다. 시 소설 등 문학은 물론 연극 영화 등 예술의 현실 참여는 동시대 일반 대중이 처한 아픔을 달래며 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작가의 현실 참여가 사람들의 보편적 정서가 아닌 정치적 목적을 띨 경우 비판이 나오고 문학의 순수성이 제기되며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문학 예술의 현실 참여 논쟁은 어느 나라에서나 제기되곤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문학계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실 참여를 시도했다. 문학의 현실 참여는 일제강점기인 1920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작가들의 모임인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KAPF)이 결성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김기진 박영효 등 문인들은 “예술로서 조선 민족의 계급적 해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현실 참여를 주창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창하는 이념이 마르크스 레닌의 사회주의사상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운동을 펼쳐 나가자 1935년 일제는 카프를 강제 해산시킨다.
카프가 해산된 뒤 문학계는 순수문학의 시문학파가 주류로 활동하는데 이런 사정으로 일제시대의 순수 문학은 친일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문학계의 활동은 이후 해방을 거쳐 1950년대까지 순수문학 중심으로 계속되었다.
하지만 5·16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강력한 중앙집권제가 시행되자 이에 항거하는 문인들이 독재정치를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현실에 참여하게 된다. 이즈음 유럽의 실존주의 철학과 거기에 바탕을 둔 사르트르의 현실참여론이 소개되면서 ‘참여문학’은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특히 민중이 받는 고통을 외면한 순수 문항은 허구라고 비판하면서 참여문학자와 순수문학자 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논쟁으로는 1960년대 후반에 벌어진 ‘참여-순수’ 논쟁이다. 문학평론가 김우종이 ‘문학이 어려운 사회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형기 시인이 순수문학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또다시 김수영 시인과 이어령 평론가 사이에서 논쟁이 일어났다.
참여문학의 현실 참여에 대해 순수문학 측은 문학의 독자성과 탈이데올로기를 강조한다. 문학은 이념과 현실, 사회문제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예술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도구성(道具性), 이념성(理念性), 목적성(目的性)을 가지고 문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