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④] 임상1상 진입, 약은 언제 나오지?

입력 2015-10-23 10:25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것이 바로 임상시험이다. 특정 질병(적응증)에 대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000원(7.46%) 급등한 1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진원생명과학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DNA백신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1상 시험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메르스, 미국 FDA, 임상1상 중에 무엇이 진원생명과학의 주가를 급등시킨 것일까? 임상 단계 및 상업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다면 '메르스'의 파괴력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질병관리본부는 완치된 것으로 판정받은 국내 마지막 메르스 환자인 80번 환자에게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다시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자정으로 예정됐던 메르스 종식 선언이 무기한 연기됐고, 관련 공포감이 다시 커진 것이다.

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을 감안할 때 전임상을 마치고 임상1상을 준비하는 신약후보물질이 당장 판매돼 엄청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신약 개발은 신약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 판매허가 등의 단계를 밟는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醯8?신약 개발에는 평균 13년6개월의 시간과 약 1조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자료에 대입해 적응증에 맞는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평균 4년6개월, 전임상에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진원생명과학의 신약후보물질은 임상에 성공해 발매되기까지 약 8년이 더 필요하다. 19일의 환호를 기대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험실 연구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한 이후 진행하는 것이 전임상, 동물실험이다. 사람과 동물의 몸은 수백만개의 세포들의 상호 작용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신약후보물질이 사람과 동물의 몸에서 원하는 효능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위험성을 감안해 우선 동물에게 신약후보물질의 부작용이나 독성, 효과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동물실험에 성공해 사람에게 처음 실시하는 것이 임상1상이다. 1상에서는 건강한 소수의 성인을 대상으로 주로 독성과 부작용 등 안전성을 관찰한다. 해당 신약후보물질에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입증되면, 소규모 환자에게 임상2상을 진행한다. 2상을 통해 약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최적의 투약 용법 및 용량을 결정하게 된다. 임상3상에서는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신약후보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최종 평가하게 된다.

임상3상은 신약 발매를 위한 거의 막바지 단계이지만 이 때의 최종 성공확률도 55%에 불과하다.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모 아니면 도'와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상 단계는 2상이다. 2상에서 약효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임상2상의 성공확률은 30~40%에 불과할 정도로 가장 어려운 시험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약효를 확인하면 신약으로의 성공 가능성이 증폭되는 단계이기도 하다.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이 임상2상에서 활발한 이유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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