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중국 수요 둔화로 철광석값 t당 40달러 이하 될 것"
로이힐 3대주주인 포스코 "중국 업체보다 싸게 살 기회"
[ 이상은/김보라 기자 ]
호주의 최고 갑부인 지나 라인하트 핸콕프로스펙팅 회장(61·사진)이 110억달러(약 12조5000억원)를 투자한 서북부 로이힐 광산이 다음달부터 철광석 수출을 시작한다. 탐사에서 개발까지 20년가량이 걸린 프로젝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라인하트 회장이 로이힐 광산에서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공급과잉 우려에도 투자 강행
라인하트 회장은 랭 핸콕 핸콕프로스펙팅 창업주의 외동딸이다. 랭 핸콕은 로이힐 광산을 비롯해 BHP빌리턴, 리오틴토의 광산이 있는 호주 필바라 지역 철광석 광산을 찾아낸 인물이다. 그는 이 일대 개발권을 소유하고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으로부터 일정한 로열티를 받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것이 라인하트 회장이 호주 최고의 부자(보유자산 약 11조5000억원 추정)가 된 배경이다.
1992년 사망한 랭 핸콕 회장은 언젠가 직접 철광석 사업을 하길 원했다. 라인하트 회장이 로이힐 광산을 BHP빌리턴이나 리오틴토에 넘기지 않고 직접 개발하는 것은 아버지의 숙원을 실현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 광산은 차츰 생산량을 늘려 2017년부터는 연간 5500만t의 철광석을 생산할 예정이다. 세계 생산량(약 19억t)의 2.9% 수준이다.
철광석 값이 급락한 상황에서 라인하트 회장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철광석은 계속 공급과잉 상태다. 수요는 크게 줄었는데 중국 등에서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1년 t당 190달러 선이었던 철광석 값은 최근 50달러 안팎까지 내려갔다.
원자재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고 있다.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급락한 탓에 BHP빌리턴이나 리오틴토, 브라질의 발레 등 주요 철광석 생산업체는 일제히 공급을 줄이고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라인하트 회장이 대규모 생산을 새로 시작하면 공급과잉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씨티그룹은 내년에 로이힐 생산 등 공급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철광석 값이 t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반 스파코프스키 씨티그룹 상품 분석가는 “로이힐의 재무구조상 순이익을 내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라인하트 회장은 낙관하고 있다. 그는 “1992년 로이힐 투자를 결정했을 때도 다들 반대했다”며 “철광석 값이 영원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AME그룹은 “로이힐 생산 시작과 중국의 철광석 생산 감소가 상쇄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 ?내놨다.
○포스코, “철광석 中보다 싸게 구할 기회”
로이힐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들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포스코는 광산운영회사인 로이힐홀딩스의 지분 12.5%를 갖고 있는 3대 주주다. 생산량의 일부를 사주기로 한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로이힐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한 포스코는 앞으로 싼 값에 철광석을 공급받게 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시세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물량을 받기 때문에 철광석 가격이 하락해도 시중에서 철광석을 사는 것보다 유리하다”며 “원가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철강시장에서 로이힐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347㎞ 길이의 철도와 인근 수출항구인 헤드랜드항만 건설 등을 담당했다.
이상은/김보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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