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부양 카드' 꺼낸 삼성
삼성, 전 상장 계열사 CFO회의 소집
"주주친화책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라"
주가하락 감내한 주주들에 보상 가시화
[ 임도원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
트 10월22일 오전4시
삼성이 전 상장 계열사를 상대로 강도 높은 ‘주가부양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그동안 천명해온 주주친화 경영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올 들어 경영진을 믿고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의 주가 하락을 견뎌온 국내외 주주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 9월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앞두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일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내놓은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주친화책 발표 임박
삼성그룹 16개 상장 계열사들은 27일 삼성화재, 28일 삼성물산, 29일 삼성전자 삼성SDS, 30일 호텔신라 등의 순으로 3분기 실적발표를 하면서 차례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는 삼성전자가 꼽힌다. 블룸버그는 지난 6일 “현금 56조원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 탓에 투자자들로부터 자사주 매입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3분기 잠정 영업이익 7조3000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발표해 이달 초 110만원대였던 주가가 127만원(21일 종가 기준)까지 오르긴 했지만 한때 150만원대를 기록했던 올초 주가와는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는 2007년에 이어 7년 만인 지난해 11월 시가총액 대비 1.1% 규모인 자사주 2조1933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하고 지난 2월 매입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는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12개 기업들의 지난 2년간 시가총액 대비 평균 자사주 취득 비중(10.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추가로 매입하는 자사주 중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소각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지분 7.58%를 보유한 국민연금 관계자도 “주주들은 대체로 ‘매입 후 소각’을 원한다”고 말했다.
최근 44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완료한 삼성물산도 시가로 3조4000억원에 달 求?자사주 11.2% 가운데 상당량을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 사태’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자사주 6743억원어치를 KCC에 매각, 주주들의 불만을 산 적이 있어 소각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국 주식시장에 큰 호재”
배당 확대 방안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화재는 지난 7월 기업설명회에서 “배당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배당 확대 ‘1순위’로 꼽힌다. 삼성물산도 기존 21%였던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삼성물산이 이달 중 출범시키기로 한 거버넌스위원회는 모든 상장 계열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삼성그룹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단순한 주주친화책을 넘어서 경영권 안정을 위한 ‘투자’ 성격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지배구조 재정비를 위해서도 주주들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경우 통합 삼성물산 출범과정에서 거센 반대의견을 내놓았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삼성을 달리 보게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 전반의 대외신인도가 올라간다는 측면에서도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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