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져가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입력 2015-10-21 18:00
드롭박스·온덱캐피털 등 기업가치 평가 낮아져


[ 임근호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낙관론이 저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기업공개(IPO) 전 한껏 몸값을 높였던 벤처기업이 주식시장 상장 후에는 주가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면서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최근 클라우드 저장업체 드롭박스의 지분 가치를 종전보다 24% 낮춰 공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블랙록은 지난해 드롭박스에 대한 3억5000만달러 투자를 주도하면서 드롭박스의 기업가치를 100억달러(약 11조원)로 평가했다. 2011년 말 40억달러였던 기업가치가 3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하지만 경쟁회사인 박스 주가가 IPO 후 50% 가까이 떨어지면서 드롭박스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WSJ는 “드롭박스의 기업가치가 정당화되기 위해선 2016년 매출이 20억달러는 돼야 하지만 드롭박스의 올해 예상 매출은 5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이후 IPO를 한 기술기업 49개 중 11개는 IPO 전 기업가치를 밑돌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핀테크)인 온덱캐피털의 IPO 때 공모가는 주당 20달러로 IPO 전 벤처캐피털이 산정한 기업가치의 3분의 1에 불과했고, P2P(개인간 거래) 대출업체 렌딩클럽은 상장 후 기업가치가 85억달러에서 54억달러로 줄었다.

증시 상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서 벤처기업들이 IPO를 주저하고 있다. 올 들어 상장한 미국 기업 중 실리콘밸리 기술기업 비중은 14%로, 1995년 이후 가장 낮았다. 많은 벤처기업은 그동안 수억달러의 투자금을 받아 IPO를 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투자자에겐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막혀버린다는 게 문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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