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시진핑, 300억파운드 규모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서명
중국, 런던서 위안화 국채 발행…50억위안 규모, 해외선 처음
영국, 요우커 관광확대 위해 비자 유효기간 2년으로 늘려
시진핑 의회연설 반응은 '냉랭'
[ 베이징=김동윤 기자 ] ‘황금시대’를 선언한 영국과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각종 경제협력 조치를 쏟아냈다. 시 주석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1일 정상회담을 열어 총 300억파운드(약 52조4000억원)에 달하는 150개 경제협력 프로젝트에 서명했다. 중국은 전날 런던 금융시장에서 50억위안(약 8900억원) 규모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고, 영국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의 영국 관광 확대를 위해 중국인 관광비자 정책을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英·中, 전방위 경제협력 합의
영국 방문 일정 이틀째인 21일 시 주석은 캐머런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영국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에너지, 항공, 바이오, 금융 등의 분야에서 150개에 달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양측 ?총 투자 규모는 300억파운드(약 52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경협 규모는 “역대 중국 지도자의 영국 국빈 방문 중 최대”라고 중국 상무부가 설명했다. 경협의 핵심은 캐머런 정부가 추진하는 영국 내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중국 참여다. 영국은 그동안 프랑스 에너지 업체 EDF를 주사업자로 선정, 남서부 힌클리포인트 지역을 비롯한 세 곳에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180억파운드(약 32조원)에 달하는 사업비 조달 문제로 지연돼왔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중국 원전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이 힌클리 프로젝트에 60억파운드(약 10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CGN은 또 다른 원전사업인 시즈웰 프로젝트와 브래드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영국 최대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페트로차이나)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과 서아프리카 등 해외뿐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공동으로 유전개발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中, 첫 역외 위안화 국채 런던서 발행
양국 정상은 금융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50억위안 규모의 1년 만기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 뉴욕에 빼앗긴 글로벌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런던을 역외 위안화의 금융 중심지로 키우려 노력해왔다.
영국 정부는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비자정책을 개선하겠다고 화답했다. 내년 1월부터 수수료 85파운드로 받을 수 있는 관광비자 유효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2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요우커들이 영국을 더 쉽고 빠르게 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자정책 변화는 영국 관광산업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미묘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英의회연설
중국과 영국이 경제 분야에선 밀월을 과시했지만 시 주석이 전날 중국 국가주석으로선 처음 한 영국 의회 연설은 미묘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후 영국 의회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로열갤러리에서 중국어로 11분간 진행한 연설은 시작부터 어색했다.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이곳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가 연설한 곳”이라며 수치 여사를 가리켜 ‘민주주의의 대변인’ ‘인권의 상징’ 등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를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이날 연설에서 시 주석은 ‘과거는 서막에 불과하다’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 속 대사까지 인용해 양국 우호를 증진하자고 강조했지만 연설 도중 한 차례도 박수갈채가 터지지 않았고, 연설 후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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