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사장직 부활 두고 또 '바터 인사' 논란

입력 2015-10-20 15:07

(김은정 금융부 기자) “SGI서울보증 임직원들 모두 훌륭하고 함께 더 일하고 싶은 동료들인데…. 그 부분은 정말 아쉽습니다.”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이 KB금융지주의 사장으로 내정된 지난 19일 저녁, 김 사장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속내입니다.

KB금융 사장직에 김 사장이 내정된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KB금융 사장직은 2년 3개월 만에 부활한 자리입니다. 사장직을 다시 살리면 쏟아질 ‘인사 외압’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연말을 앞두고 국민은행장이 분리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 더욱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을 KB금융 사장직에 앉히면서 윤 회장이 ‘당분간 국민은행장 분리 선임은 없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 됐으니까요.

무엇보다 김 사장이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간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점도 많은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아직도 남은 임기가 2년여 가까이 되거든요. 사실 김 사장이 SGI서울보증 사장으로 갈 때도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SGI서울보증 노동조합은 “보험업에 전문성이 없는 デ矩?인사”라면서 강하게 인사를 반대했었거든요. 이런 반발을 무릅쓰고 오른 자리라 아마 1년 만에 다시 ‘친정’인 KB금융으로 돌아가는 게 마음 편할 수 만은 없었던 것이겠죠.

이런 상황을 윤 회장도 모르지 않았을 겁니다. 대우증권 인수와 비은행 계열사 관리 등 산적한 현안을 맡길 적임자를 찾던 윤 회장에게 이미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고 조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김 사장은 탐나는 인물이었을 겁니다. ‘재무통’ ‘국제통’이라는 김 사장의 경쟁력을 봐도 그렇고요.

김 사장을 ‘친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윤 회장도 남다른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서 김 사장의 임기도 2년으로 했죠. 윤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만료되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 갈등이 내분으로 번지면서 사상 초유의 회장·행장 동반 사퇴를 맞았던 KB금융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또 다시 불거지는 논란은 바로 ‘바터(맞바꾸기) 인사’입니다.

김 사장이 KB금융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갑자기 SGI서울보증 사장직이 공석이 됐습니다. 후임으로는 최종구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거론되고 있고요. 지난해 ‘KB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원장이 교체될 때 동반 사퇴한 최 전 부원장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KB금융이 2년 3개월 만에 사장직을 부활시킨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논리네요.

김 사장이 SGI서울보증으로 갔을 때 불거졌던 ‘친분 인사’ 논란도 여전합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사장은 연세대 선후배 사입니다. 김 사장이 SGI서울보증 사장에 내정됐을 때도 “최 부총리와 학연으로 묶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있었거든요.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KB금융이 최 부총리와 친분이 깊은 김 사장을 다시 영입해 금융당국과 KB금융 모두에 유리한 ‘윈 윈 인사’를 추진했다는 추측 등이 또 다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번 ‘깜짝 인사’의 정확한 전말을 확신하긴 어렵지만 당분간 다양한 추측과 얘기들은 나올 듯 하네요.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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