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된 T-50
"한국제품 후속지원 철저"
개발 5년만에 인도네시아 첫 수출
이라크 위험지역 누비고 필리핀 재해복구 팔 걷어
현지 맞춤전략으로 승부
朴대통령도 수출 '숨은 MVP'
[ 최승욱 기자 ]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T-50 계열 항공기 첫 수출까지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2006년 개발에 성공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항공 후발국 제품을 선뜻 사줄 나라는 없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주전 실패에 이어 2010년 싱가포르에서도 분루를 삼켰다. 한국형 원전과 T-50의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나왔다. 이런 역경을 극복하고 2009년 원전을 UAE에 수출했고 2011년에는 T-50을 드디어 해외에 판매했다.
인도네시아, 선제적 AS로 판 바꿔
인도네시아는 2010년 훈련기 수입 대상으로 한국, 러시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3개국을 선정했다. 러시아는 두터운 인맥으로, 체코는 물량 공세로 나섰다. 수출 실적이 전무했던 KAI는 현지 맞춤형 전략에 승부수를 던졌다. 인도네시아에 갈 때마다 현지 전통의상인 바트를 챙겨 입으며 호감을 얻었다. 이미 수 銖杉?KT-1 훈련기의 일부가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방치된 것을 보고 선제적으로 부품을 자진 공급했고, 캐노피(조종석 유리)도 새로 교체해줬다. 한국 비행기를 사면 후속지원이 철저하다는 소문이 실무자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며 판도가 바뀌었다. 1997년 T-50 체계개발에 착수한 지 14년 만인 2011년 T-50 16대 첫 수출이란 쾌거를 이뤘다.
이라크, 방탄복 입고 수출길 뚫어
항공기를 수출하려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다. 수입국과의 정치외교적 관계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범정부적인 측면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라크는 위험한 곳이었지만 그만큼 고수익도 노릴 수 있는 시장이었다. 하성용 KAI 사장은 수출 상담을 위해 직접 나섰다. 섭씨 40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 8㎏가 넘는 방탄복과 방탄모를 쓴 채 곳곳을 방문했다. 경쟁사 임직원들은 현지 방문을 꺼리는데 최고경영자(CEO)가 목숨을 내놓고 다녔다. 결국 면담을 꺼리던 말라키 총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하 사장에게 “사장이 직접 와서 고맙다”고 인사부터 했다. 이후 돌발 변수가 생겼다. 이라크 언론에 체코 훈련기로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이라크 관리들은 만나주기는커녕 전화 응답조차 피했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말라키 총리에게 “계약은 양국의 단순한 상업적 거래가 아니라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 분위기가 반전돼 2013년 이라크와 FA-50 24대 수출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필리핀, 아라우 부대의 태풍 복구 지원
FA-50의 필리핀 수출은 필리핀 풉?이래 최초로 정부 간 거래로 추진된 대규모 계약이었다. 꾸준히 진행됐던 협상은 폭우와 내부 교전, 지진 등 잇단 악재로 중단됐다. 박 대통령은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FA-50 수출계약 체결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협상은 재개됐지만 7000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낳은 슈퍼 태풍 ‘하이엔’으로 또 중단됐다. 필리핀 재건을 위해 파견된 한국 아라우 부대의 활동이 주목받았다. 곳곳에 ‘대한민국, 고맙다’는 한글 푯말이 세워졌다. 아라우 부대가 보수한 학교 건물에는 태극기가 필리핀 국기와 함께 게양됐다. 현지에선 ‘필리핀은 6·25전쟁 때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참전한 혈맹이며 한국은 반드시 보답하는 친구’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필리핀은 2014년 3월 FA-50 12대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9월 KAI는 태국에 T-50 4대를 1억100만달러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도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를 지속 발전시키자고 강조하며 세일즈 외교를 펼친 것이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재 KAI는 페루, 보츠와나, 르완다 등 차기 수출대상국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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