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일본처럼 '저출산 전담 장관' 임명해야"

입력 2015-10-19 18:00
정부, 10년 간 150조 퍼부었지만 출산율은 되레 뒷걸음질

3차 저출산 대책 공청회
부처마다 제각각 대책…정책 실효성 떨어뜨려
재원조달 방안부터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 황정수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최근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한 ‘1억총활약담당상’처럼 우리 정부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전담하는 ‘책임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가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에 참여하고 있어 정책의 ‘선택과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복지정책들이 대규모 정부 지출을 전제하고 있지만 예산 등 재원 조달 방법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9일 열린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아베 총리가 측근 각료를 ‘1억총활약담당상’으로 임명하고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겠다고 직설화법으로 밝힌 것은 상징적?일”이라며 “정부도 저출산을 해결할 의지가 정말 있다면 ‘저출산 담당 장관’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전날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강 교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일자리 위원회’ 위원장을 2013년 8월부터 지난 6월까지 맡았던 경험을 예로 들며 “고용부, 기재부, 복지부, 여가부 등의 정부 부처들이 각각 주장하는 포인트가 달라 지난 수년 동안 저출산 문제에 재정을 투입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4년 ‘엔젤플랜’이란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고 이후 5년마다 명확한 아젠다(정책목표)를 제시한 일본처럼 우리 정부도 선택과 집중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가 공개한 기본계획에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정책은 사실상 지출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많은 복지정책이 열거돼 있지만 예산이나 조달방법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다”며 “보다 체계적이고 예산조달이 가능한 복지정책이 되지 않으면 심각한 ‘고령화 메르스’를 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행 중인 ‘출산 크레딧’ 제도가 재정 부담이 큰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꼽혔다. 출산 크레딧은 둘째 이상의 자녀를 출산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최소 12개월의 연금 가입기간을 추가해주는 제도다.

김 낵測?“출산 크레딧 때문에 2083년까지 매년 평균 3조원의 예산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부채로 쌓이게 될 것인데 정부는 이를 또 확대하려고 한다”며 “현재 있는 제도부터 정비하고 새로운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본계획에 포함된 고령친화관광산업 고령친화식품산업 등 ‘고령친화산업’의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있어야 제대로 육성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투자해도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1억총활약담당상

50년 후에도 일본 인구 1억명을 유지하기 위해 현재 1.4명인 합계출산율을 1.8명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을 맡게 될 일본 내각부의 특명 담당 장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각을 단행하면서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했다.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부 부장관이 임명됐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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