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통해 소유·운영 분리하는 게 세계적 추세"

입력 2015-10-19 07:01
고수에게 듣는다 - 비즈니스호텔 개발 전문가 정상만 모두투어리츠 대표

브랜드 호텔 키우려면 영속적 투자 필요
글로벌 체인, 리츠 통해 수익 극대화

호텔은 하드웨어 아닌 소프트웨어산업
투자·운영·디자인 큰 그림 그려야 성공


[ 이해성 기자 ] 비즈니스호텔은 관광지와 쇼핑시설, 오피스 주변에 있는 숙박 위주의 중저가 호텔을 말한다. 서울 명동의 호텔들을 생각하면 된다. 정상만 모두투어리츠 대표(사진)는 비즈니스호텔 개발 전문가다. 2011년 국내 최초 호텔리츠인 아벤트리리츠의 창립 멤버다.

지난해부터는 호텔 전문 투자회사인 모두투어리츠를 이끌고 있다. 모두투어리츠는 모두투어(29.2%) SK증권 일진그룹 등이 주주인 자기관리 리츠다. 자산 규모는 606억원이다. 서울 북창동 신신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정 대표는 호텔의 소유와 운영 주체가 분리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메리어트호텔은 1990년대 후반 위탁운영사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자산보유회사(투자사)인 호스트메리어트로 회사를 나눴습니다. 호스트메리어트는 1999년 리츠로 전환한 뒤 2013년 세계에 5만5000여실을 보유한 세계 최대 호텔리츠로 성장했어? 이처럼 글로벌 호텔 체인은 리츠를 통해 브랜드를 확장하며 운영수익을 극대화하고, 리츠 투자자는 배당을 받습니다. 국내 금융권도 호텔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임대소득과 시세차익을 확보하는 데만 그치고 있어요. 브랜드 호텔을 키우려면 이런 단순투자 말고 리츠를 통한 영속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호텔은 입지가 생명인 대표적인 부동산업이다. 또 고정비가 크고 각종 변수(정치, 문화, 환율, 질병, 계절 등)에 따른 수요의 탄력성이 높은 위험산업이다.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에 따라 실적이 확연히 갈리는 서비스산업이기도 하다. 그는 “비싼 호텔에 대한 고객의 불만에서 나온 혁신의 산물이 비즈니스호텔”이라며 “비즈니스호텔이 기존 고급호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부터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비즈니스호텔 및 호텔리츠 육성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올 들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거래소 등이 호텔리츠 지원 방안을 내놓고 상장 요건을 완화(매출 300억원 이상→100억원 이상)한 데는 그의 노력이 한몫했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인터컨티넨털호텔스그룹(IHG)은 보유 호텔 수가 4653개(2013년 기준)에 달하지만 직영은 15개에 불과합니다. 브랜드 호텔 빅4(인터컨티넨털 힐튼 메리어트 윈담)는 보유 객실 수가 각각 60만실이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호텔이 2150만실 정도 되는데 이 중 34%인 730만실이 브랜드 호텔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호텔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호텔 운영 및 개발업체가 전무합니다.”

정 대표의 첫 직장은 청구였다. 이후 삼성물산에 몸담았다가 신탁회사를 거쳐 2009년 케이리츠앤파트너스에서 근무했다. 2013년에는 비즈니스호텔 개발 및 운영전략을 담은 책 ‘비즈니스호텔 크리에이터’를 대표 집필했다. 최근 개정 2판까지 나온 이 책은 ‘호텔 디벨로퍼 입문서’로 불린다. 대학 등의 교재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실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호텔 투자를 본격화하다 보니 참고서가 필요했는데 외국 서적을 빼곤 없는 겁니다. 각계 전문가를 설득해서 책을 함께 펴냈어요.”

최근엔 ‘행복한 여행, 잘되는 호텔’이란 책을 내놨다. 파리 런던 뉴욕 밀라노 브뤼셀 등 세계 각 도시 호텔을 둘러보며 국내 호텔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최근 서울시에서 비즈니스호텔 신축 또는 재건축 허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인색한 평가를 내놨다. “호텔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산업입니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능사가 아니라 투자와 운영, 브랜드와 디자인이 어우러진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는 모두투어리츠 상장에 이어 국내뿐 아니라 괌 사이판 등 관광지 호텔, 베이징 도쿄 방콕 등 아시아 각국 주요 도시 호텔에 투자할 예정이다. 목표 투자 규모는 3000실(5000억원), 목표 수익률은 연 6%로 잡았다. “한 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1400만명입니다. 모두투어는 국내에서 해외로 여행가는 150만 고객의 행선지와 호텔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선별적 호텔 투자 및 개발로 수익을 극대화하겠습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