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사회서 확정…증권·운영 겸업 1호 기대
펀드 설정액 3000억…이해상충 가능성 '우려'도
[ 하수정/고경봉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18일 오후 4시55분
NH투자증권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을 시작한다. 자산운용사의 영역인 펀드 운용에 증권사가 직접 뛰어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업 최대 자본력과 전국 판매망을 보유한 NH투자증권의 운용업 진출은 급성장하고 있는 헤지펀드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규제완화 바람 타고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확정되면 곧장 금융감독원에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을 신청하기로 했다. 펀드 설정 목표금액은 3000억원 규모로 국내 단일 헤지펀드 중에서 최대다.
헤지펀드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시황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다. 하락장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거액자산가들이 뭉칫돈을 넣었고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세 배로 커졌다. 현재 시장은 삼성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여기에 NH투자증권이 뛰어들면 적잖은 파장이 있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전국 지점망에서 관리하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헤지펀드 판매를 늘려나갈 경우 자산운용사들을 금방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판매하면 자체 수익성 개선과 함께 고객 수수료도 낮출 수 있어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 운용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4일 ‘금융투자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즈월) 등 적정요건만 갖추면 모든 증권사에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선 증권업과 집합투자(펀드운용)업의 겸영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동안 감독당국이 인가해주지 않아 사실상 증권사에 펀드 운용은 ‘금단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증권사가 펀드 운용을 하기 위해선 자회사를 세워 별도의 법인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은 이번에 제도적 허용이 이뤄지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1호 증권사’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헤지펀드 시장규모는 3조1000억원으로 3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불어났다.
○내년 초부터 운용
NH투자증권은 헤지펀드 첫 운용시기를 내년 초로 잡고 있다. 25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헤지펀드 운용사 라이선스는 현재 ‘인가’에서 ‘등록’으로 바뀌고, 설정된 펀드를 개시하는 것에 대해선 ‘등록’에서 ‘보고’로 간소화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운용업 등록을 신청한 뒤 30여일의 심사를 거쳐 라이선스를 딴다는 게 NH투자증권의 복안이다.
다만 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에 진출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증권사 고유계정과 고객계정을 섞어 한 개의 헤지펀드 내에 담으면 고객의 정보를 이용하거나 이익을 편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헤지펀드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이므로 강력한 ‘차이니즈월’을 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국내에서 헤지펀드 1조원 안팎을 수탁관리하는 프라임브로커로 KDB대우증권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하수정/고경봉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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