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500조 국민연금 관리 능력 있나

입력 2015-10-16 18:24
현장에서

CEO-CIO '파워 게임'
부실한 관리 감독이 근본 원인


[ 좌동욱 기자 ] “국민연금공단 이사장(CEO)과 기금운용본부장(CIO)의 파워 게임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인사 고과를 위한 기금 운용직들의 ‘정치 게임’이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교체 인사 파문을 지켜보는 전·현직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역들이 들려준 이야기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의 나쁜 관행이 벌어진다는 지적이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의사에 반해 ‘월권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교체 인사를 번복하고 이사장의 일탈 행위를 징계하면 앞으로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다수의 연금 전문가는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500조원의 기금 규모에 걸맞지 않은 후진적인 법과 제도, 복지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 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이다. 국민연금법을 보면 기금운용본부는 공단 이사장 관할 부서라기보다 복지부 장관의 직할 부대에 가깝다. 장관이 최고의사결정기구(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담당 국·과장은 주요 안건을 상정한다.

그런데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의사 출신으로 기금 운용 경험이 없다. 국민연금 담당 국·과장 임기는 1년 남짓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법령 개정이 추진되는 와중에 국·과장이 모두 교체됐다. 현직 기금운용위원은 “회의에서 담당 과장이 안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장관에게 질책받은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간접적으로 침해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외 출장을 가려면 기금운용본부 외부의 공단 감사실로부터 건건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고려하지 않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치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최 이사장이 주무 부처 장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넘버 2’를 자르려고 한 행동은 분명히 지나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를 따져 보면 기금운용본부를 방치하다시피 한 복지부도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거대한 연금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이를 쪼개든지 아니면 다른 부처에 관할권을 넘기든지 선택해야 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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