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정상회담, 한국 외교 비정상의 정상화다

입력 2015-10-16 18:19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끈다. 비록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란 전제를 달았지만, 양국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시기는 내달 1일께 서울에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이 될 것이다. 아베 총리도 한국, 중국과 반드시 양자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다. 뜸만 들이다 이제야 밥을 제대로 지을 모양이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인 해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과거사 늪에서 허우적대며 취임 3년이 다 되도록 변변한 회담조차 한 적이 없다. 역사·영토문제로 등을 돌린 채 오히려 악화된 양국관계를 자국 내 정치에 활용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끼리 반목하며 잃은 기회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처럼 교역과 투자가 반토막 나고, 민간 교류마저 위축돼선 서로 득이 될 게 없다.

물론 회담 성사까지 위안부 문제 등 걸림돌도 적지 않다.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껏 고조된 반일·혐한기류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국가 간 외교에서 일방적인 승패는 있을 수 없다. 아베 담화에서 확인했듯이 ‘정치인 아베’의 한계도 분명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어설픈 명분 대신 확실한 실리를 챙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핵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도 일본의 협조는 필수다.

두 정상이 지난 5월 상대국 주재 대사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던진 공통된 화두는 ‘미래’였다. 말만이 아니라 새로운 50년을 구상하고 실천할 때다. 한·일 정상회담은 비정상 한국 외교의 정상화를 꾀하는 필수조건이다. ‘한국 왕따론’을 불식시키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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