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디벨로퍼는 '부동산 벤처'…민간 신도시·역세권 개발 집중할 것"

입력 2015-10-16 07:00
Cover Story - 피데스개발

인터뷰 /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

작년보다 아파트 분양 늘었다고 공급과잉이라 단정할 수 없어
수도권 분양가 지금이 무릎

LH 주도 택지조성 당분간 중단
오래된 도심 알짜 땅 재개발 등 디벨로퍼 영역 더 넓어져


[ 홍선표/김진수 기자 ]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55)은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 경험이 가장 많은 디벨로퍼 중 한 명이다. 대우건설에서 70여건, 2005년 피데스개발 설립 이후 10여건의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개발 프로젝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골프텔, 최고급 빌라,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복합단지, 원룸형 오피스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대규모 택지 조성 사업에서 손을 뗀 지금부터야말로 도시를 새롭게 그리는 부동산 디벨로퍼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며 “스스로 땅을 조성하는 민간 도시개발사업과 역세권 개발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개발 성적표는 어떻습니까.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있어 올해는 피데스낱澁?아니라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순항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경기 시흥시 목감지구에서 내놓은 ‘시흥목감 푸르지오’를 성공적으로 분양했습니다. 경기 용인시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는 물론 경기 고양시 삼송역세권 복합개발 사업, 충북 오송역세권 도시개발 사업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송역세권 사업은 내년 8월쯤 착공해 내년 말쯤 본격 분양에 나설 계획입니다. 주택만 3000여가구가 들어서고 상업용지도 넓어 호텔도 지을 수 있습니다. 최근 한 대형 유통업체가 백화점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업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래가치입니다. 토지 매입에서 입주까지 10년씩 걸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인허가 건축 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현재 가치보다 입주 시점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도시는 계속해서 바뀝니다. 교통축이 바뀌고 산업지역이 옮겨가기도 합니다. 인구가 감소해 전체 주택 시장이 정체된다고 해도 그 안에서 ‘뜨는 지역’과 ‘지는 지역’이 있기 마련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인구가 몰리고 그 지역의 주택 가치는 오르게 됩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판별하는 능력이 디벨로퍼에게 필수입니다.”

▷개발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2006년부터 추진했던 경기 평택 용죽지구 사업이 무산될 뻔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이 뛰어난 지역이라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부동산시장 자체가 얼咀毛?분양을 엄두도 못냈습니다. 금융비용이 수백억원대로 불어났습니다. 다른 사업장에서 번 돈을 용죽지구에 쏟아부으며 끈질기게 버텼습니다. 평택과 용죽지구의 미래 가치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고덕삼성전자산업단지가 착공하면서 사업이 되살아났습니다. 지난해 1차 분양을 마쳤고 이제 2·3차 분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큰 위기를 넘기면서 더욱 단단해졌다고 자부합니다.”

▷역세권 개발사업에 치중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대중교통입니다. 그중에서도 지하철을 비롯한 철도 교통이 중심입니다. 지하철역 반경 250m 주변 지역은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환승역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역세권에 살면 자동차가 없어도 생활이 가능합니다. 차량 한 대를 유지하려면 기름값, 보험료, 감가상각비까지 포함해 매달 100만원 정도가 듭니다. 월 100만원을 지출하는 건 은행에서 3억원을 연 4% 이율로 빌리는 것과 맞먹는 것입니다. 그럴 바엔 1억원을 더 주더라도 역세권으로 이사하는 게 이득입니다. 730만명이나 되는 베이비붐 세대들도 굳이 차량을 유지할 필요 없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이사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역세권의 가치는 계속 올라갈 겁니다.”

▷지금이 집을 살 시기인가요.

“내 집 마련을 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판단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주택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에 지금은 토지 구입 원가 자체가 낮습니다. LH가 팔리지 않던 땅을 좋은 조건에 디벨로퍼와 건설회사에 대거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주택 경기?좋아지면 다시 땅값은 올라가고 그러면 원가 자체가 비싸져 분양가격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금리도 낮고 대출 여건도 좋습니다. 수도권 분양가와 부동산시장은 무릎까지 반등했다고 봅니다. 더 올라갈 여지가 있습니다.”

▷아파트 공급과잉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올해 아파트 분양이 늘었다고 해서 공급과잉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적정 수요만큼 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공급과잉이 될 수가 없습니다. 수도권 인구가 2500만명인데 2.5인당 주택 한 채가 필요하다고 해도 1000만가구가 필요합니다. 주택의 내구 연한을 50년이라고 보면 1년에 20만가구씩은 새로 공급해야 합니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 비중이 8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수도권에 아파트가 16만가구씩은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입주 물량은 10만가구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7년이 되면 13만가구, 2018년은 16만~17만가구 정도로 추정됩니다. 3~4년 후 입주 물량이 정상 수준에 도달한다는 얘기입니다.”

▷디벨로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직 많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동산 개발업은 벤처 비즈니스입니다. 이런 속성 때문에 그동안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한탕주의 세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선진 개발기법과 도덕성을 갖춘 디벨로퍼가 늘어나면서 그런 비판도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 사례를 보면 디벨로퍼가 제 역할을 하는 데 30년 정도 걸렸습니다. 한국에 디벨로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입니다. 건강한 디벨로퍼들이 다양한 업력을 쌓아가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면 사회적인 위상이 달라질 겁니다.”

▷앞으로 성장 전략은 무엇입니까.

“LH가 2017년까지 대규모 택지 조성 사업을 중단한 만큼 앞으로는 스스로 땅을 만들어야 합니다. 민간이 조성하는 미니 신도시인 도시개발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시가지 안에 노후된 지역을 재개발하는 도시 재생도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겁니다. 일본의 ‘모리빌딩도시기획’이 롯폰기힐스를 조성한 것처럼 한국에서도 도시 재생이 활발해질 겁니다. 도시개발사업과 도시재생을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승배 사장 약력

△1961년 경북 의성 출생 △성남고, 서울대 건축공학과 졸업 △1983년 대우건설 입사 △2003년 대우건설 주택사업담당 이사 △2005년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수석부회장 △대한주택건설협회 서울시회 부회장

홍선표/김진수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