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평범했던 나치 병사를 광기로 몰아넣은 '집단의 잔혹함'

입력 2015-10-15 18:42
나치의 병사들

죙케 나이첼·하랄트 벨처 지음 / 김태희 옮김 / 민음사 / 580쪽 / 3만2000원


[ 김보영 기자 ]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5년간 희생된 사람의 숫자는 5000만명, 이 중 나치의 말살 정책으로 숨진 유대인은 600만명에 달한다. 독일 태생 유대계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통해 주장한 대로 학살을 저지른 독일군 대부분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들을 광기로 몰아넣은 힘의 정체는 뭘까.

죙케 나이첼 런던정치경제대 국제사학과 교수와 하랄트 벨처 플렌스부르크대 전환설계학과 교수가 함께 쓴 《나치의 병사들》은 개인이 집단의 잔혹함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무자비한 살상을 자행할 때 독일군 개인의 심리 상태를 상세히 관찰해 거대한 폭력이 자라나는 모습을 그린다.

풍부하고 생생한 사료가 책의 핵심이다. 나이첼 교수는 2001년 영국 런던의 국립보존기록관에서 뜻밖의 발견을 한다. 노끈 하나로만 묶여 있는 800쪽짜리 문서철이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2차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로 잡혀 있던 독일 병사들의 대화를 도청한 기록. 책의 바탕이 된 사료다.

이 기록에는 “유대인이 다 죽고 나면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나치 친위대원부터 “20m 간격으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말하는 정찰 장교까지 다양한 독일군의 대화가 등장한다.

잔학한 행위에서 느낀 ‘쾌감’과 ‘무감각’이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독일군 심리에는 ‘악의 평범성’을 넘어선 적극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집단적 광기에 동화돼가는 과정조차 악의 평범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책을 덮고 나면 개인이 집단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만은 분명해진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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