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한 대화 유도 방안 집중논의"…북핵 '새로운 해법' 나오나

입력 2015-10-14 18:23
박 대통령 미국 방문

북한 온건모드에 대북정책 새 패러다임 모색
'흥남철수' 후손 등과 함께 한국전 참전비 참배
'한미 우호의 밤'에 케리·헤이글 등 600명 참석


[ 장진모 기자 ] 미국 워싱턴DC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심사는 북핵문제에 대해 새로운 해법이 나올지 여부다. ‘대화(당근)’와 ‘압박(채찍)’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접근법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원칙적인 대북제재를 강조하기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이 보다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에 이어 열리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바마 대통령 설득외교 주목”

대북정책에 대한 ‘신(新)패러다임’이 거론되는 것은 최근 북한의 태도와 맞물려 있다.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로 예상됐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늄?연설에서 김정은의 핵 언급 자제 등이 태도 변화로 꼽힌다. 중국의 압박과 설득이 작용했고,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보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소 온건모드로 돌아서고 북·중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의 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부 차관)는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는 방안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한·미 공동성명 등에서 압박보다 대화에 무게를 두는 새 대북 패러다임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 대거 참석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 목표 가운데 하나가 ‘중국 경사론’ 불식이다.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양국이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 미 정부가 화답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미국의 우방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던 박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15일(현지시간) 펜타곤(국방부)을 방문한다. 미 국방장관으로부터 한·미연합방위태세 등에 대해 보고받고, 미 장병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대외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또 14일 미국 각계 인사와 우리 동포 등이 참석하는 ‘한미 우호의 밤’ 행사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인사 수백여명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동맹이 미국의 아시아정책에서 ‘린치핀(linchpin·핵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역설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또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14일), 한·미 재계회의 라운드 테이블(15일) 등에 잇따라 참석해 양국 간 경제동맹을 한 단계 격상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흥남철수’ 후손들 만나

박 대통령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 행사에는 존 맥휴 미 육군성 장관과 존 틸럴리(8대), 월터 샤프(12대), 커티스 스캐퍼로티 장군 등 전·현직 한미연합사령관, 김재창·박선우 전 연합사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비에 헌화한 것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나온 흥남철수 장면의 주인공과 후손들도 헌화에 참여했다. 당시 미 육군 10군단장으로 피란민 승선 결단을 내린 에드워드 아몬드 장군의 외손자인 토머스 퍼거슨 예비역 대령, 7600t의 화물선에 피란민 1만4000명을 태운 수송선 메르디스 빅토리호의 일등 항해사였던 제임스 로버트 루니 예비역 소장,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 손자인 클리프턴 트루먼 대니얼 트루먼대통령기념관장 등이 참석했다.

워싱턴=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