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자동차세 잘못됐다

입력 2015-10-14 18:14
박준동 산업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 박준동 기자 ] 세금과 관련된 다음 두 가지 사례에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첫 번째 사례. A씨는 서울 상계동에 135㎡(약 41평) 아파트를 갖고 있다. 시세는 5억5000만원 안팎. B씨는 서울 압구정동 110㎡(약 33평) 아파트에 산다. 시세는 13억원 선이다. 그런데 노원구청이 A씨에게 보낸 아파트 재산세 고지서엔 23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A씨 집은 B씨 집보다 싼데 세금은 B씨보다 많다.

두 번째 사례. 서울 목동에 사는 김씨는 1999㏄ 쏘나타를 타고 다닌다. 차값은 2500만원 정도다. 김씨가 1년에 자동차세로 내는 세금은 51만9740원. 서울 도곡동에 사는 이씨의 차는 1995㏄ BMW다. 차값은 6300만원 안팎이지만 이씨가 1년에 내는 자동차세는 51만8700원이다. 이씨 차값이 세 배가량 비싸지만 배기량이 조금 더 크다고 세금은 김씨가 더 많이 낸다.

주택 재산세는 2005년 개편

첫 번째는 가공의 사례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도 이런 사례가 있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A씨는 세금을 내지 않고 정부와 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05년 이전엔 비슷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당시 아파트 재산세 부과 기준은 국세청 기준시가였다. 가격을 참고는 하지만 면적을 기본으로 삼았다. 면적이 넓으면 대체로 아파트값도 비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바뀌었다.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면적은 상대적으로 넓지 않은데도 가격이 훨씬 비싼 곳이 속출했다. 서울 강남이 대표적이다. 납세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노무현 정부는 재산세 부과 기준을 주택공시가격(아파트는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개편했다. 공시가격은 시장에서 평가되는 실제 가격의 80~90% 선에서 정해지도록 했다. 지금은 가격을 기준으로 주택 보유세를 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노무현 정부가 잘한 경제정책 중 하나다.

변화 못 따라가는 50년된 제도

두 번째 사례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은 김씨가 부당하게 대우받는다고 여길 것이다. 차값은 상대적으로 싼데 배기량이 크다고 세금을 더 내라는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재산 1호는 주택이며 2호는 차다. 때문에 차에 대한 세금은 재산을 갖고 있는 데 따른 보유세로 매기는 게 맞다. 보유세의 과세 원칙은 비례와 누진이다. 재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내고, 재산의 크기가 일정 구간을 넘어가면 세율을 더 높게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세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자동차세는 차값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배기량만 기준으로 삼고 있어서다. 1967년 만들어진 제도여서 그렇다. 그때야 배기량이 크면 당연히 차값이 비쌌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고 선호도가 바뀌다 보니 배기량이 작아도 비싼 차가 대거 등장했다. 불만이 커지자 심재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자동차세 기준을 배기량에서 차값으로 바꾸자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 일각에선 유럽 국가들처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도 기준 중 하나로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환경개선부담금으로 해결할 문제지 세금을 끌어들일 건 아니다. 자동차세 개편을 시사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어찌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준동 산업부 차장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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